ADVERTISEMENT

빨라진 삼성 … 1년 새 5곳 M&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CSR의 모바일 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3억1000만 달러(약 3600억원). CSR(Cambridge Silicon Radio)은 와이파이(무선랜)·블루투스·GPS 같은 기능을 쓰는 데 필요한 연결 칩의 핵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우남성 사장은 “이번 M&A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인 가장 큰 규모”라며 “향후 스마트 기기 무선 연결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외국 기업을 사들인 것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모두 스마트 기기 사업 강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 5월 인수한 미국의 엠스팟은 클라우드 관련 기술을 보유 중이다.

이 회사의 기술을 응용하면 스마트폰·스마트TV·PC·가전기기처럼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모든 기기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 지난달에 인수한 영국의 벤처업체 나노라디오는 와이파이 칩셋을 제조한다. 이 부품 역시 휴대전화와 TV·가전기기에 스마트 기능을 넣을 때 사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와 TV를 중심으로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M&A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CSR의 인수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M&A와 악연이 깊다. 95년 2월 당시 세계 PC업계 점유율 6위였던 미국의 AST리서치를 3억7500만 달러(약 44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한 회사와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인력 이탈이 생겼고, 결국 미국 PC시장 철수라는 ‘쓴맛’을 봤다. 이후 삼성전자는 주목할 만한 ‘빅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은 연간 1~2곳 정도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M&A를 기피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변화가 온 건 지난해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 소식을 보고받고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용 사장에게 M&A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정보기술(IT)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수합병도 강화해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실제 구글은 삼성과 달리 적극적인 M&A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02개 기업을 인수했다. 단말기부터 소프트웨어·반도체 까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는 일을 M&A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모여야 더 큰 경쟁력을 갖는다. 삼성전자도 M&A 시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