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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경례, 애국가 부른 뒤 ‘임을 위한 행진곡’ … 대중 눈높이 의식한 통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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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통합진보당 신임 대표와 지도부가 15일 국회 헌정관에서 열린 ‘ 2기 지도부 출범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 강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강병기 당대표 후보, 노회찬 의원, 이혜선 최고위원. 뒷줄 왼쪽부터 민병렬 최고위원, 한 사람 건너 천호선 최고위원, 조준호 전 공동대표. [김경빈 기자], [뉴스1]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취임식의 첫 순서는 국민의례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고, 애국가를 1절까지 제창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애국가 다음에 배치됐다.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도 국기에 대한 경례 이후에 했다. 강 대표는 16일 오전엔 국립현충원도 참배한다. 진보정당의 이전 지도부는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만 가곤 했다. 전신 격인 민주노동당 시절까지 ‘국민의례-현충원 참배’로 이어지는 장면을 연출한 지도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지도부 전체의 의지이며, 곧 당의 의지”라고 말했다.

 200여 명의 당원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눈에 띈 건 유시민 전 공동대표에 대한 환호였다. 비당권파인 심상정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5월 중앙위원회에서 옛 당권파 당원에게 폭행당한 후 목디스크 수술을 받은 조준호 전 대표는 이제 깁스를 풀고 등장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면 당이 제명(출당) 절차를 밟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옛 당권파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당권 교체’ 이후 일단 예전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은 강 대표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철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안정적·점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마련했다가 채택은 유보했었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당시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을 세웠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명확해졌기 때문에 제명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됨과 동시에 당내 민주화와 노선에 대한 개혁들을 단계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나 주한미군,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도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애국가를 부른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지도부. [김경빈 기자], [뉴스1]

 강기갑 대표-심상정 원내대표 체제로 비당권파가 당과 국회를 ‘접수’하면서 앞으론 대선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강 대표는 취임식에서 “9월까지 당 대선후보 선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유시민 전 대표와 혁신비대위 진영의 심상정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옛 당권파의 이정희 전 대표 등 4명이다.

 유시민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출마한다, 안 한다라는 개인의 거취에 대한 판단이나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당이 정치적·도덕적 자격을 얻는 게 먼저다”라고만 했다.

 노회찬 의원은 “당 쇄신안이 진정성 있게 처리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되면, 대선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 한국사회의 개혁방안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출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혁신비대위에 참여한 당 관계자는 “당의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희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옛 당권파가 그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듯 과거와 같이 옛 당권파가 일방 독주하는 게임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5.28%였다. 역대 진보당 투표 중 최고치다. 당 관계자는 “투표율이 50%가 안 돼 재투표를 한 적도 있을 정도였는데,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숨어 있던 당원’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옛 당권파 관계자는 “강병기 후보가 1만6000표를 얻었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투표율이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옛 당권파의 조직표가 희석됐고, 결과적으로 국민여론이 경선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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