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강기갑의 통진당, 종북 노선 정리 계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통합진보당의 새 대표로 강기갑 전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개혁파이자 신(新)당권파로 분류된다. 강병기 후보를 지원한 구(舊)당권파는 그동안 급진 노선으로 당을 운영했다. 종북(從北) 논란을 부르고 주사파로 꼽힌 의원들은 대부분 구당권파였다. 구당권파는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에 주도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이 사령탑에서 물러남으로써 통진당은 개혁의 출발선에 섰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에서 10.3% 정당득표율을 얻었다. 그러나 당 지지율은 현재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통진당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제도권 정당이 지녀야 할 기초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비밀·직접 투표를 위협하는 대규모 부실과 부정 의혹, 지도부에 대한 집단 폭력과 회의 방해, 당 대표 경선에서 반복된 인터넷 투표 부실 시스템, 당의 사퇴 결정을 거부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애국가를 부정한 이석기 의원···. 여기에다 상당수 유권자는 한·미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같은 과격한 정강·정책에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 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의 개혁은 민주주의 정당의 기초를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출당 문제를 신속히 매듭짓고, 선거제도를 포함한 당의 각종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신당권파는 선거 전에 한·미 동맹 해체 같은 급진정책을 수정할 뜻을 밝혔으므로 이를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 재벌 해체를 포함한 과격한 노선에 대한 일대 정비에도 착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이런 안보적 조건에서 진보의 길은 과격한 종북주의 이념이 아니라 민생에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양극화를 줄이며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데에 당의 1차적인 정책 목표를 두어야 한다. 강 대표는 의원 시절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이른바 ‘공중부양’으로 표현되는 폭력을 행사해 사법처리된 전력이 있다. 강 대표는 과감하고 합리적인 개혁을 선도해 진보정치를 되살림으로써 유권자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