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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의 시시각각

김두관, 세 가지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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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민주당의 김두관 후보는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엄격한 ‘진실 테스트(test)’를 받아야 한다. 공약이 하도 엄청나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대(大)변혁을 겪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말들은 자신의 인생과 어긋나기도 한다.

 김두관은 노무현의 투쟁을 이어받아 지역주의를 이겨냈다고 주장한다. 자서전 『아래에서부터』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역주의라는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번 찍었다. 내가 마지막 두 번 더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는 쓰러졌다.” 이 말은 맞지 않다. 노무현의 도전은 김두관과 차원이 달랐다.

 경상도 호랑이 굴(부산)로 뛰어들면서 노무현은 한 번도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버린 적이 없다. 호남 색깔이 잔뜩 묻어 있는 간판으로 경상도에 출마해야 진정한 도전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는 2000년에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도 버리고 다시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 내려가기도 했다. 반면에 김두관은 지역주의가 두려워 편법을 썼다. 2010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돼도 민주당에는 입당하지 않겠다고 공약까지 했다. 그랬던 이가 지금은 호랑이굴에 뛰어들었던 용자(勇者)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출마선언문에서 김두관은 자신의 조국을 ‘아주 몹쓸 나라’로 매도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특권공화국, 재벌공화국이 되고 있다. 재벌의 힘이 국가권력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은 탐욕에 물들어 있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그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이장·군수·장관·지사가 됐다. 특권공화국이라면 이런 신분 상승이 가능한가. 국가의 민주·공평 제도를 이용해 성공을 거두고도 김두관은 그런 국가를 선거판의 개밥그릇으로 만들어놓았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게 돌을 던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특권공화국이라고? 대통령의 형님, 멘토, 왕수석, 핵심 부하, 처사촌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데 특권공화국인가. 대통령 형님이 법원 앞에서 넥타이를 잡히고 계란을 맞는데 특권공화국인가. 특권이 있다면 오히려 야당 것일 게다. 제1 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근거 없이 검찰을 비방하고 박근혜를 무고(誣告)한다. 그래도 별다른 벌을 받지 않는다. 이런 게 특권 아닌가.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마구잡이로 조국을 매도하는 야당 후보, 이게 특권 아닌가.

 김두관은 금융이 탐욕에 물들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의 형님과 측근이 관련된 저축은행 파동은 탐욕의 산물이다. 그런데 그 탐욕의 뿌리는 어디서 시작됐나. 노무현 정권 시절 특정 지역 고교 출신들이 부산의 저축은행을 유린했다. 완전히 사금고(私金庫)로 만들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무엇인가.

 김두관은 출마선언문에서 충격적인 공약을 쏟아냈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의 매월 생계비를 50만원 줄이겠다”고 했다. 50만원이면 15~20%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요술을 부리지 않는 한 어떻게 갑자기 이만큼 줄일 수 있나. ‘반값 아파트’보다 더 황당하지 아니한가. 그는 음성통화·문자를 무료로 하고 정부가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해 통신비를 낮추겠다고 했다. 한국이 공산주의인가. 무료로 하면 통신 3사는 다 망하라는 말인가. 인터넷을 싸게 국가가 제공할 거라는데 서민에게 필수적인 케이블TV 사업도 국가가 맡을 것인가.

 그는 주택수당을 도입해 주거비용을 줄이겠다고 한다. 중병도, 틀니도, 임플란트도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무슨 돈으로 이런 천국을 만드나. 모든 게 돈인데 그는 거꾸로 유류비는 낮추겠단다. 기름값을 내리려면 세금을 대폭 줄여야 하는데 그 구멍은 어디서 메우나. 김두관은 한국을 그리스·스페인·아르헨티나처럼 만들겠다는 건가.

 김두관은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그러고는 지키지 않는다. 약속을 뒤집으면서 민주당에 들어갔고 지사직을 내던졌다. 그런 이력이 없어도 공약 자체가 황당한데 그런 과거까지 있으니 더욱 믿을 수 없다. 그는 유권자라는 건 대부분 바보인 줄 아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