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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영입 계기로 본 QPR의 야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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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호 29면

2012년 영국 선데이타임스 선정 영국 부자 1~3위에겐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외국인이고, 둘째 축구 팬이며, 셋째 프로축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196억 달러의 재산으로 8년째 1위인 철강왕 락시미 미탈은 인도 출신으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팀의 지분 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90억 달러로 2위인 광산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아스널 팀의 지분 29.63%를 이란계 투자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147억 달러의 재산으로 3위를 차지한 석유왕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출신으로 첼시 팀을 단독 소유하고 있는 구단주다. 이들은 EPL 클럽 지분 보유를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EPL 20개 팀 가운데 7개만 영국인 소유다. 9개 팀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4개 팀은 합작이다. 선수는 물론 투자도 외국에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외국 투자는 팀에 큰 힘을 줬다. 아브라모비치와 우스마노프는 막대한 투자로 팀을 정상에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EPL 전통의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 선수가 최근 이적한 꼴찌 팀 QPR은 아시아인이 보유한 EPL 유일의 팀이다. 지분의 66%를 보유한 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가 말레이시아인이기 때문이다. 2대 주주 미탈과 마찬가지로 인도계다.

페르난데스는 동남아는 물론 서구에서도 주목하는 야심만만한 벤처사업가다. 1964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영국으로 유학 가 중등과정과 대학(런던정경대)을 마쳤다. 영국 버진그룹과 워너뮤직 아시아 지사에서 일한 그는 2001년 아시아 최초로 저가항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해 10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로부터 국영 중공업회사 DRB-하이컴의 자회사인 에어아시아의 인수를 불하받았다. 빚투성이 국영 기업을 민영화해 재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였지만 소수민족인 인도계에 기회를 주는 정치적 의미도 있었다. 그는 1100만 달러의 부채와 두 대의 낡은 보잉 737-300 제트기로 이뤄진 이 회사를 단돈 1루피(약 360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그 직후 9·11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면서 전 세계 항공산업이 쑥대밭이 됐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이를 기회로 이용했다. 항공기 리스료가 확 내려가자 싼값에 여객기를 임대해 장거리 기차나 여객선 수준으로 운임을 내렸다. 고객의 절반은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었다. 2004년부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태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일본 등 아시아 각지로 사업을 넓혔다. 현재 아시아에어는 25개국 40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로 성장했다. 이런 스토리 때문에 그는 집요한 성격의 벤처사업가로 평가받는다.

항공산업에서 비즈니스 드라마를 이룬 그는 지난해 8월 QPR 지분 66%를 매입해 회장에 앉았다. 박지성 등 우수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하고 있는 그가 QPR에서 성공 신화 2탄을 이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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