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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시즌 전망 (7) - 아메리칸리그 신인 전망

중앙일보

입력

1. 스즈키 이치로 (27 · 시애틀 매리너스 외야수)

시애틀은 지난 3년간 팀의 간판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연속적으로 잃었다. 98년 랜디 존슨, 99년 켄 그리피 주니어에 이어 작년에는 마지막 남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마저 내보냈다.

그리고 이제 그 자리를 일본 출신의 스즈키 이치로로 메우려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동양인 타자인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요미우리의 마쓰이와 함께 일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트레이드 마크인 시계추 타법으로 그는 지난 7년간 평균 .353이란 믿기지 않는 타율을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387의 고타율을 기록하면서 4할타율에 도전하기도 했다.

시애틀은 그에게 로드리게스의 자리보다는 리키 헨더슨이 떠난 리드오프 히터의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시범경기에서 이치로는 .313의 타율과 2개의 삼진만을 기록하며 타격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익수인 그는 투수출신답게 강하고 정확한 어깨를 가지고 있으며, 세이프코 필드의 외야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넓은 범위를 자랑하다.

남은 과제는 메이저리그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일본야구는 파워를 추구하는 미국야구와는 분명 다르다. 더군다나 이치로는 일본에서도 홈런보다는 타격왕으로 알려진 선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치로의 체격과 타격스타일이 요즘의 메이저리그 야구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그가 뛰게 될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코메리카 파크와 함께 빅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다. 때문에 올해 이치로가 두자리수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까지 이치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심지어 그의 타격을 직접 보고나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평가는 아마 올시즌이 끝나야만 가능할 것이다.

2. 호세 오티즈 (23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2루수)

지난해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의 성공은 분명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에게 자신의 팀이 나아가야할 길을 확실히 보여준 일대사건이었다. 오클랜드가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길러낼 수 있는 이유는 현명한 트레이드와 체계적이고 인내심 많은 선수육성 프로그램의 결과이다.

미겔 테하다 · 벤 그리브 · 에릭 차베스 · 테렌스 롱 등 매년 최고의 타자들을 배출해오던 오클랜드의 신인계보는 올해 호세 오티즈의 등장으로 계속 이어지게 됐다.

도미니카 출신의 오티즈는 입단 당시 뛰어난 타격재능을 가진 선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몇 년간은 잦은 부상과 좋지 않은 선구안 때문에 계속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오티즈는 지난해 선구안과 인내심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숨겨져 있던 파워를 발견했고, 이제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타자로 성장했다.

트리플 A 퍼시픽 코스트 리그에서 세운 기록은 그가 키스톤 내야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351의 타율과 108타점은 리그 2위였고, 최다안타와 득점은 당당 1위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를 마이너에서 가장 뛰어난 내야수로 선정했고, 오클랜드도 주저없이 주전 2루수였던 랜디 벨라디를 내보냈다.

오티스의 약점은 다소 부족한 수비력이다. 오티즈는 원래 유격수였지만 지난해 초반 20개가 넘는 에러를 기록한 후 2루수로 변신했다. 그는 새로운 포지션에서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경험만 쌓인다면 수비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처럼 강팀에서 뛰는 신인 선수들은 흔히 주변의 기대와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초반에 부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면, 조만간 로베르토 알로마(클리블랜드 인디언스)나 에두아르도 알폰소(뉴욕 메츠)와 같은 최고의 2루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범경기 결과만 보면 오티즈는 이미 그런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타율 .321 4홈런 10타점)

3. 오브리 허프 (24 ·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3루수)

지난 시즌을 앞두고 호세 칸세코 · 그렉 본 · 비니 카스티야를 대거 영입하며 리그 최고의 대포 타선을 구축하겠다는 탬파베이의 시도는 단 몇 개월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탬파베이는 길었던 방황의 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탬파베이에는 많은 신인급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카스티야의 3루를 노리고 있는 오브리 허프다.

98년 마이애미 대학을 졸업하고 탬파베이에 입단한 허프는 지난 2년간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타율 .311 · 출루율 .385 · 장타율 .546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39게임동안 .287의 타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래 3루수가 아니었던 허프는 수비에서 자주 헛점을 보였으나, 이제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안정된 수비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에게 스캇 롤렌(필라델피아 필리스)이나 로빈 벤추라(뉴욕 메츠)급의 수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탬파베이에는 아직 카스티야가 남아 있지만, 미래 탬파베이의 3루수는 카스티야가 아닌 허프다.

4. 버논 웰스 (22 · 토론토 블루제이스 외야수)

소위 5-tool 플레이어인 웰스는 99년 센세이션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20세였던 웰스는 시즌을 싱글 A에서 시작하여 불과 5개월도 안돼 더블 A, 트리플 A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갔다. 그는 마이너리그의 세 단계를 거치면서 .334의 타율과 18홈런, 24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빅리그에서는 고전했지만 그의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웰스는 곧 스타가 될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셰넌 스튜어트와 호세 크루즈 주니어가 버티고 있었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극히 부진했던 웰스는 결국 트리플 A로 내려갔다. 타율 .243 16홈런 23도루의 트리플 A 성적은 기대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이는 웰스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 많이 흔들렸던 결과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한 웰스는 올 시범경기에서 마음껏 재능을 보여주고 있어(타율 .423 장타율 .692), 이제 팀은 그를 위해 호세 크루즈 주니어의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좋은 체격 조건을 가진 웰스는 리그 최고 수준의 중견수가 될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 빠른 발에서 나오는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송구를 자랑한다.

웰스는 일단 올시즌을 외야의 백업요원으로 시작할 전망이지만, 에이스인 마이크 시로카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투수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토론토는 크루즈의 트레이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팀은 이미 웰스를 올시즌의 주전 중견수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5. 매트 키니 (24 · 미네소타 트윈스 우완투수)

매년 시즌이 시작할 때 팬들은 자신의 팀에 대한 많은 기대를 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미네소타의 팬들은 하루 빨리 커비 퍼켓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퍼켓의 은퇴 이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팀이 되어버린 미네소타는 그동안 조용히 뛰어난 투수들을 키워냈다. 99년에는 노히트노런의 에릭 밀튼과 조 메이스를 등장시켰으며, 지난해에는 12승을 거둔 마이크 레드먼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미네소타의 작품은 우완 파워피처 매트 키니다.

키니는 원래 프로생활을 보스턴에서 시작했지만 98년 그렉 스윈들 트레이드 때 미네소타에 합류했다. 99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지난해에는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11승 3패 3.31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키니는 95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파워피처 치고는 좋은 컨트롤을 가지고 있으며, 체인지업도 쓸만하다. 그리고 수술 전 통증 때문에 자주 던지지 않던 커브는 과거 만큼은 각이 크지 않은 대신 더욱 빨라지고 날카로와졌다.

이미 키니는 팀의 제5선발 자리를 예약받았다. 그는 강팀에서 뛴다면 두자리수의 승수와 함께 신인왕도 유력한 선수다. 그러나 최악의 공격력을 가진 미네소타의 타선을 생각한다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주위의 기대나 관심이 적기 때문에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도 있다.

키니의 올시즌은 성적보다는 부상의 재발 방지와 빅리그의 타자들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에이스인 브래드 래드키의 뒷자리를 이어받을 만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6. 크리스 조지 (21 · 캔자스시티 로열스 좌완투수)

캔자스시티는 같은 지구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타선을 가지고 있음에도 매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투수진이 타선을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캔자스시티는 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자들의 대부분을 투수로만 뽑아왔다. 또 그들의 대부분은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한 대졸 출신의 투수들이었다. 그러나 98년 보충 1라운드에서 지명된 고졸출신의 크리스 조지는 그 해 지명자들 중 가장 빨리 빅리그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는 뛰어난 체인지업 때문에 종종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좌완투수 톰 글래빈과 비교되곤 한다. 패스트볼은 프로 데뷔 전에는 90마일 정도였지만 이제는 90마일 중반까지도 쉽게 나오며 특히 체인지업 덕분에 더욱 빨라 보인다.

체인지업에 비해 슬라이더나 커브는 아직 자신있게 던질 만한 공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슬라이더가 체인지업 만큼 아주 뛰어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지난해 더블 A, 트리플 A를 거치면서 에서 11승 7패에 방어율 3.60을 기록한 조지는 일단 올시즌을 트리플 A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이자 선발 중 유일한 좌완투수인 호세 로사도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도 있다.

※ 시즌 전망 홈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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