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윤대 “우리금융 조건 맞으면 인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어윤대 회장

“축복받는 결혼이 된다면 고려하겠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향을 밝혔다. “여력이 없다”,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세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분할 인수,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적정 가격, 구조조정 없는 인수 등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금융 인수자로 KB금융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많다.

 “여력이 있는 곳이 우리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금융지주사는 인수할 여력이나 자금이 마땅치 않다. 론스타 때문에 헤지펀드로의 매각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동안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정치적 오해를 받기 싫어서다. 12년 전 공적자금위원회 매각 소위원장을 할 때 대한생명을 매각한 일로 엄청난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다. 지금도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우리금융 인수가 금융산업 발전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KB의 소매금융과 우리의 도매금융이 합쳐지면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고 최고경영자(CEO)로서 따를 것이다. 곧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어떤 인수 방식을 구상하나.

 “인수한다면 축복을 받으면서 했으면 한다. 양쪽 주주와 임직원이 모두 만족해야 한다. 우선 분할인수가 가능해야 한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할 때처럼 인수대금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남는 정부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신한은행은 2004년 조흥은행을 인수하며 총 3조3000억원의 대금 중 9000억원만 현금으로 지불했다. 나머지는 상환조건부 우선주 등을 정부에 준 뒤 2년에 걸쳐 나눠 갚았다. 인수하는 쪽에선 현금 부담을 줄이면서 경영권 간섭을 막을 수 있다.

 -가격은 어떤가.

 “KB금융의 주주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 적정 가격이 돼야 한다. 안 그래도 65%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 사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불안해할 텐데.

 “양쪽 모두 정리해고(lay off)는 제로다.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정리해고까지 하면서 인수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 ING생명 인수까지 진행 중이다. 자금은 충분한가.

 “ING생명은 현재 실사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밝힐 수 없다. 다만 이중 인수합병(M&A)을 해도 자금엔 전혀 문제가 없다. 회사채로만 5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

 -2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은.

 “2010년만 해도 KB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익성 하락과 부실여신 증가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취임 뒤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카드부문 분사와 3200명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투명경영과 젊은 금융그룹으로 이미지를 바꾼 것도 성과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