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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감동과 기쁨은 우리의 존재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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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울타리봉사단 밴드팀이 공연을 앞두고 성정동 라이브 카페의 소규모 무대에서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웃을 찾아 매달 두 번씩 꾸준히 공연봉사 활동을 이어오는 이들이 있다. 천안에서 공연봉사단으론 가장 오래 된 ‘천안울타리봉사단’이 그 주인공.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천안만이 아니다. 아산지역은 물론 예산, 홍성, 당진, 경기도 평택까지 그들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관객의 기쁨과 감동이 이들 봉사단체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 천안시 성정동에 위치한 한 라이브 카페. 이곳은 매주 20여 명 정도의 울타리봉사단원들이 모여 손발을 맞추고 공연 콘티를 짜기도 하는 그들만의 아지트(?)다.

한복을 입고 갓을 두른 단원부터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장구를 어깨에 멘 단원, 반짝이는 무대의상을 입고 맵시를 뽐내는 단원까지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맞춰봅시다. 기타, 드럼 모두 준비해 주시고요.”

“오케이. 가사는 조금 틀려도 되지만 음정이 불안하지 않게 신경 써 주세요.”

카페 한 켠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앞두고 밴드팀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색소폰과 드럼, 기타 반주와 어우러진 공덕화(53·여) 단원의 구성진 노랫소리는 보는 이들의 어깨춤을 들썩이게 한다.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꿔왔던 공씨. 그에게 있어 울타리봉사단이 펼치는 무대는 자신의 오랜 꿈이자 소망이었다.

“원래 꿈이 가수였어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는데 외곽지역에 살다 보니 꿈을 실현할 기회가 없었죠. 우연한 기회에 울타리봉사단원이 되고 늦은 나이지만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기뻐요.” 그는 울타리봉사단원들과 펼친 공연봉사를 디딤돌 삼아 현재 음반까지 내고 지역 가수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자 이제 밴드연습 끝내고 국악팀 올라와서 손발 한 번 맞춰봅시다.”

연습 일정과 공연 스케줄, 기획 등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군성(55) 사무국장. 단국대학교 직원인 그가 울타리봉사단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직장 동료와 회식을 마친 뒤 이곳 라이브카페에서 공연하는 밴드의 모습을 보고 반해 단원이 됐다. 처음 그가 봉사단에 들어갈 당시 지 단장에게 했던 말은 “노래를 못하고 악기를 못 다루는데 단원이 될 수 있을까요?”였단다.

현재 그는 울타리봉사단의 살림살이를 도맡을 뿐만 아니라 MC로서 무대에 올라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내며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이씨는 “음치·박치·몸치지만 나만의 끼를 발휘해 무대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진자(50·여) 단원도 울타리봉사단에 애틋한 사연을 갖고 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 만해도 그에게 울타리봉사단은 흔한 지역 공연봉사단체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2007년 그의 어머니가 요양하고 있었던 충남 금산의 한 노인병원에 공연봉사를 다녀온 후부터는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암 말기 판정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온 그의 어머니가 울타리봉사단의 공연을 보는 내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 했던 것. 그 덕분에 이씨는 “매달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갖고 활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2시간 정도의 공연 연습이 끝나자 단원들은 한데 모여 맥주를 들며 수다를 떨었다.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기에 봉사단의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이 국장은 “우리 봉사단의 자랑이라 하면 공연 실력이 좋다는 것 말고도 단합이 잘 된다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천안울타리봉사단은 1995년 창단됐다. 공연봉사단체로는 천안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이 봉사단은 노래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법인택시기사 20여 명이 “의미 있는 봉사를 하자”라는 취지로 결성했다. 택시 기사들이 공연을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을 추천해 단원에 가입시키기도 하고 소문을 듣고 찾아와 가입한 단원도 있다. 현재는 창단 멤버인 지 단장과 법인 택시기사, 가정주부, 사업가,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50여 명의 단원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달 1~2회씩 꾸준히 봉사를 다녀 어느덧 500회를 돌파했다. 노인병원과 애육원, 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해 공연봉사와 함께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 공연 장비와 무대 설치는 울타리봉사단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밴드 공연 이외에 국악, 판소리, 무용 등 ‘레퍼토리’ 또한 다양하다.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하고 싶은 관객이 있으면 반주로 흥을 돋워주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지 단장은 “얼마 전에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공연을 했는데 무대 앞에 나와 볼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측에서 병실 TV로 생중계해줘 환자들이 무척 즐거워 했다”며 “앞으로도 쭉 가족 같은 단원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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