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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고개숙인 김병화 후보 저축은행 청탁 받은 의혹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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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병화 대법관 후보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사법 정의와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최종적으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고영한(57·11기)·김병화(57·15기)·김신(55·12기)·김창석(56·13기) 대법관 후보자 순서로 진행되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전체 대법관(13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4명의 대법관이 한꺼번에 바뀌게 되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문제 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법관에 대한 검증은 다른 어떤 관직보다 철저해야 한다. 특히 법적인 면에서는 작은 흠결도 결격 사유다. 그런데 검찰 몫으로 추천된 김병화(현 인천지검장) 후보자에 대한 11일 인사청문회에선 ‘저축은행 수사 무마’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후보자가 의정부지검장으로 있던 지난해 4월 초등학교·중학교 선배인 박모(61) 재경태백시민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의 고양터미널 시행사 측 불법대출 수사(의정부지검 산하 고양지청 담당)가 확대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게 핵심이다. 박범계(민주통합당) 의원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박 회장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이 진술조서에 있다”며 이 돈이 김 후보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사건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도 “해당 조서에는 박 회장이 김 후보자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내용도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은 남는다. 김 후보자와 박 회장은 각각 서울 서초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A동 401호, 601호를 매입했다.

공교롭게도 김 후보자는 부인 명의로 2001년 12월 26일에, 박 회장은 사흘 뒤인 같은 달 29일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 이전부터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이에 따른 세금 탈루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세 번 고개를 숙였다.

 정직성과 준법성을 갖춰야 할 대법관 후보로선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난 게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래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는 길태기 법무부 차관 등 고검장 3명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본인이 고사하거나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결국 검사장급인 김 후보자가 최종 낙점이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와 초기 검증 책임이 있는 청와대 등이 대처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이 4명의 대법관 후보 중 유독 검찰 출신 김 후보자에 대해 집중공세를 펴자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은 “사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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