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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가수 겸 애널리스트 김광진의 신문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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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1994년 KBS 가요대상에서 작사상을 받은 노래 ‘마법의 성’의 첫 구절이다. 이 노래를 만든 가수 김광진(48)씨는 프리랜서 투자 전문가로 활약 중인 금융맨이기도 하다. 삼성증권과 동부자산운용에서 증권 애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로 활약하다 현재는 개인 투자 자문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KBS FM 라디오 ‘김광진의 경제 포커스’를 진행하며 DJ 경력도 추가했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신문 읽기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일과”라고 말했다. “신문은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읽기에 부담도 없는 매체라 좋다”며 신문의 매력을 자랑했다.

유학생 시절 한인 신문으로 외로움 달래기도

김광진씨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신문기사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김씨의 하루는 증권 시황을 확인하고 신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기 구독하는 신문은 세 종류다. 종합지 두 개에 경제 전문지까지 챙겨 읽고 나면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라디오를 진행한 뒤부터는 신문을 좀 더 꼼꼼하게 읽게 됐다.

 “원래는 경제 분야나 책·음악·스포츠 등 제 관심 분야의 기사만 골라 읽는 편이었어요. 라디오 방송을 하다 보니 정치나 국제 이슈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신문을 자세히 읽으면서 제가 관심 없는 분야라도 어떤 이슈와 의견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가 신문을 즐겨 읽게 된 건 10대 때부터다. “집안 전체가 스포츠 매니어라 스포츠 기사를 읽는 재미에 빠져 신문과 친해지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스포츠 면부터 읽는 건 요즘도 마찬가지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데다 경기를 보고 난 뒤 기사를 읽으며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전략을 세우는 걸 좋아해서다.

 “얼마 전 여자 농구가 일본에 대패했잖아요. 그 기사를 보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생활 체육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 같아요. 생활 체육 저변이 확대되지 않고 엘리트 체육 교육만 해서는 결국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신문에 대한 특별한 추억도 들려줬다. 미국 미시간대로 유학을 가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밟을 때의 일이다. “유학생이 가장 외로울 때가 우편함을 열었는데 안이 텅 비어있을 때예요.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한인 신문을 구독했어요.” 신문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소식지가 아니라 향수병을 달래주는 정서적인 도구가 된 셈이다. “한글만 봐도 반갑고 한국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하고 …. 신문이 외로운 유학생에게 큰 위로가 돼줬죠.”

아들이 시사 질문하면 함께 신문 읽으며 다양한 의견 나눠

신문을 자녀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중3인 큰아들이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논술 토론반을 수강하고 있다”며 “시사 이슈에 대해 질문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들려주는 대신 함께 신문을 뒤적인다. “신문을 읽으면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아버지인 저의 생각도 이런 여러 의견 중 하나일 뿐이지 답은 아닌 거고요. 수많은 의견 사이에서 아이가 어떤 입장을 택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어요.”

 지난해 겨울방학에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체험도 마련했다. 100만원 계좌를 개설해주고 주식 투자를 시켜본 것이다. 투자의 기본 상식도 몇 가지 알려줬다. 투자처를 찾으려면 자연히 경제 신문을 읽고 정보를 분석하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 기대해서다. “예상 외로 급등주를 하나 발굴해서 깜짝 놀랐었다”며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나름대로 신문을 열심히 읽고 여러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신문의 장점으로 “부담스럽지 않다”는 특징을 꼽았다. 책에 비해 글의 호흡이 짧고 간결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관심 없는 기사는 건너뛰고 마음에 드는 기사만 골라 읽을 수 있는 점도 부담감을 덜어준다.

 “제가 사실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신문은 항상 읽었거든요. 문제에 깊이 있게 접근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독서가 아닌 신문 읽기를 통해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형수 기자

가수 겸 애널리스트 김광진에게 신문이란 ‘나침반이자 저울’

김씨는 신문에 대해 정의를 내리며 “앞으로 신문이 이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아직까지는 나침반도 저울도 아니라는 의미다. “신문을 읽다 보면 아쉬운 점이 있어요. 드러난 현상을 면밀하게 조망해주는 건 탁월한데, 숨겨진 이면을 취재해 밝혀내는 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청년 실업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 신문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현상을 짚고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왜 못하느냐는 지적을 하는 데서 그친다는 얘기다. 김씨는 “사회의 변화를 따져 앞으로 어떤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갖고 그 분야의 교육을 해보자는 제안까지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잖아요. 또 건설 분야보다는 규모가 작고 현금 흐름이 좋은 테마 파크 같은 분야가 유망할 수도 있고요. 이런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전망이 나와야 미래 사회를 전망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선거철과 맞물려 취재 제안을 하기도 했다. “후보자나 정당마다 정책을 내놓잖아요. 대표적인 정책만이라도 신문에서 측정과 평가 지표를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는 정책에 대한 주장과 판단만 난무하잖아요. 신문만큼은 저울처럼 객관적인 잣대를 제시하고 냉철한 대안을 내놓는 매체가 됐으면 합니다.”

신문 속 인물과 사건 “사랑합니다” 114 인사말 이젠 “힘내세요”

내가 원하는 사회 됐을 때 114 안내원은 어떤 인사말 할까

케 이티스의 이영희·박주미·최은경·최은영씨(왼쪽부터)가 ‘힘내세요’를 외치고 있다.

“힘내세요, 고객님.”

지난주부터 114 전화의 안내 인사말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원래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죠.

전화 번호 안내를 받으려고 114를 눌렀던 사람들은 안내원의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 들었는데, 감동했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하고, 짓궂은 사람들은 성적인 농담으로 대꾸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114 안내원의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진심을 담아 고백하는 의미가 아니죠. 그런데도 이 인사말을 들은 사람들은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니 신기하네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사랑합니다’라는 멘트가 ‘힘내세요’로 바뀐 이유가 뭘까요. 114 안내를 운영하는 KT 계열사 케이티스는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에, 가장들은 조기 퇴직과 제2 인생에 대한 두려움에 찌들어 있다. 고객의 기운을 북돋워 드리기 위해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힘내세요’라는 인사가 필요할 정도로 힘이 쭉 빠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네요.

사실 청소년 여러분도 힘이 빠질 일이 많지요. 어렵고 복잡해진 입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취업 걱정, 집 장만에 대한 걱정 등 스트레스가 그치지 않잖아요. 신문과 방송에서도 사는 게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고 있고요. 전화 안내원의 목소리로라도 “힘내세요”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사회가 됐다니, 왠지 조금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이 어른이 됐을 때,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나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좀 더 상대를 배려하고,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사회가 이뤄졌을 때는 더 이상 “힘내세요”라는 인사말은 필요 없어지겠죠.

그때는 114에서 어떤 인사말이 흘러나올지 궁금해집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아름답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등 우리의 삶을 축복하고 기쁨을 주는 또 다른 인사를 건네겠지요. 가족과 함께 서로에게 듣고 싶은 인사말은 어떤 건지, 114에서 어떤 인사말이 흘러나오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봐도 재미있겠네요.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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