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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선거 뛸 때 장·차관 세계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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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일 낮 12시(현지시간) 미 백악관 이스트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했다.

 “다른 당(공화당)의 사람들은 부자 감세를 통한 톱다운(top down) 방식이 번영을 가져온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산층을 위한 세 감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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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과 밋 롬니 대선 캠프는 발끈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가 1% 대 99%로 표현되는 ‘감세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는 오후 4시 워싱턴의 만달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대통령선거 기금 마련을 위한 비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오바마가 연설을 하던 비슷한 시간. 태평양 건너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을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있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영부인 자격으로 17년 전 몽골을 찾은 뒤 이번이 첫 방문이다.

미국의 대몽골 수출은 2009년 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달러로 급증했고, 타반 톨고이 광산 개발권을 놓고는 중국과 경쟁 중이다.

 클린턴은 이날 몽골 민주화운동가포럼에서 “정치 개혁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적 성공은 지속될 수 없다. 결국은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클린턴 장관이 바로 옆마당에서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촉구하는 ‘잽’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주와 주를 넘나들며 유세를 하고 밤마다 후원금 모집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는 공백 없이 건재하다. 임기를 5개월여 남겨 둔 정부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오바마를 대신해 국무부의 장·차관들이 전 세계 외교현장을 뛰며 ‘올 코트 프레싱 외교’를 하고 있어서다. 9일 현재 국무부의 장·차관(보) 중 6명이 해외 순방 중이다. 남유럽·동남아시아·중동·발칸반도 등 지역별 역할 분담도 눈부시다.

 으뜸은 클린턴 장관이다. 지난 5일 워싱턴을 떠난 그는 프랑스→아프가니스탄→일본→몽골→베트남을 연쇄 방문했으며 15일까지 라오스·캄보디아·이집트·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동선을 따라가 보면 매일 다른 나라에서 묵으며 11박12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강행군이다.

프랑스에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는가 싶었는데 이튿날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도쿄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만나 미·일 동맹을 논한 뒤 몽골·베트남에선 경제외교를 펼치고 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시차 때문에 졸음을 쫓으려 청양고추보다 10배 맵다는 타이고추를 씹어 먹으며 긴 순방 일정을 소화한다는 게 외교가의 소문이다. <2011년 9월 29일자 2면>

 이런 클린턴 장관을 번스 부장관은 중동 외교로, 마리아 오테로 차관은 대테러 외교로, 필립 고든 유럽 담당 차관보는 발칸반도의 평화 외교 등으로 각각 지원사격하고 있다.

 그래서 거대 중국의 부상(浮上)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미국의 외교에는 레임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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