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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명품 자존심 … ‘디자이너 실명제’로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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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덴마크의 명품 가전업체 뱅앤올룹슨(Bang&Olufsen)의 최고경영자(CEO) 튜 맨토니(36·사진)는 65인치 TV인 ‘베오비전12’를 가리키며 “한국산이 아니라 덴마크산”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아시아를 중심으로 15개국 기자들을 덴마크 본사로 초청한 자리에서다. 부품 상당 부분은 한국 등에서 수입하지만 뱅앤올룹슨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는 명품을 만든다는 꼿꼿한 자존심이 느껴졌다.

 -90년 가까이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뱅앤올룹슨은 작지만 덴마크 왕실이 사용할 정도로 덴마크인들의 자존심,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요한 회사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해 연구한다.“

뱅앤올룹슨 압구정 본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제품 설명서에 원자재·기능과 더불어 디자이너의 이름을 함께 표기할 정도로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와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이다. 디자인이야말로 뱅앤올룹슨만의 강점이자 생명이다. 우리는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선호하는지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한다.”

 뱅앤올룹슨은 통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TV, 원뿔 모양의 스피커 등 파격적인 소재와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다. 그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베오비전 12-65’ TV의 가격은 3148만원, 벽걸이형 스피커 ‘베오랩 12’는 820만원이다. 그렇다 보니 2008년 이후 이어진 유럽의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받았다.

 -유럽 경기침체의 타격이 크다.

 “유럽은 우리의 주력 시장이기 때문에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배운 것도 많다. 잘 하는 영역에 집중하고 아시아와 미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 관심이 많고, 일본 지점에는 새로운 팀을 꾸렸다. 한국 역시 아시아에서도 강력한(strong) 시장이다.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에 새로운 점포를 열 계획이다. 나도 곧 한국을 방문한다.”

 -다른 기업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하는데 한국 기업과는 계획이 없나.

 “애플TV 제작에 힘을 보탰고 아이폰·아이패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음향 장치인 ‘비앤오플레이(B&O PLAY)’도 내놓았다. 한국에도 좋은 자동차 회사가 많다. 카오디오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한번 파트너를 고를 때 아주 신중하게 결정한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스트루에르(덴마크)=이유정 기자

뱅앤올룹슨 1925년 덴마크에서 피터 뱅과 스벤 올룹슨이 세운 음향기기 회사. 87년간 오디오와 TV, 홈시어터 등을 생산해 온 영상·음향기기의 명품 브랜드다. 최근에는 아우디·벤츠·BMW에 카오디오를 납품한다. 애플이 스마트 TV를 출시하며 이 회사와 협업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65인치 TV `베오비전 12-65’ TV`, `베오릿12`,`아이패드 도킹스피커 A3`

◇한국 시장은 지금= CEO가 언급한대로 우리나라는 뱅앤올룹슨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뱅앤올룹슨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만 2010년 대비 145%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 압구정동의 플래그십 매장(Flagshipㆍ브랜드를 대표하는 상품을 선보이는 매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난 해 매출액 기준 세계 5위를 달성한 곳이다. 뱅앤올룹슨의 한국 담당 마케터 양태훈 팀장은 “이곳에선 103인치 TV '베오비전4-103', '베오랩5' 스피커 등 뱅앤올룹슨의 주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베오리빙룸’이 구비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뱅앤올룹슨이 공들이는 사업은 애플과 협업으로 만든 '비앤오플레이' 시리즈다. 기존 제품이 수천만원대의 가격으로 소수의 명품 애호가들이 알음알음 구입했다면, 이 시리즈의 제품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됐다. 판매가 115만원인 '베오릿12'는 아이폰 등 애플의 제품의 디지털 음원을 증폭해서 들을 수 있는 스피커다. 뱅앤올룹슨 측은 "아이패드를 위한 'A3', 'A8'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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