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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모차르트’

중앙일보

입력

배우들이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섰다. 최성희(왼쪽)·임태경은 공개 연습이란 것을 개의치 않는 듯 자유롭게 연기했다.

지난달 28일, 송파구 가락본동의 한 연습실에서 오늘(10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습현장이 공개됐다. 현장엔 화려한 의상도, 시대를 상징하는 육중한 무대장치도 없었다. 단지 피아노와 전신거울 정도가 그곳이 뮤지컬 연습 현장임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날 것 그대로의 연기가 드러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날 가장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건 배우 임태경과 최성희(바다)가 사랑을 속삭이는 씬이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모차르트(임태경). 그는 사랑하는 여인 콘스탄체 베버(최성희)를 생각하며 악상을 떠올린다. 그의 곁에는 그의 분신이자 가상의 인물 아마데 모차르트(이믿음)가 그의 악상을 받아 적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는 그렇게 시작된다. “눈을 감아도 보여. 그대는 나만의 천사. 넌 어느 별에서 와 어느새 내게 내려온거니~” 그렇게 한가로이 노래하던 볼프강 앞에 콘스탄체가 다급하게 뛰어든다. “나 좀 도와줘. 우리 엄마가 날 발로 차고 짓밟고 쫓아냈어. 볼프강, 니 곁에 있어도 되겠지?” 이 말을 들은 볼프강의 눈빛엔 초롱초롱 별이 빛난다. 두 말할 것 없다는 듯 힘찬 고갯짓으로 그녀의 SOS를 들어주는 볼프강. 이윽고 “그대만을 위해서 살겠어~”라는 서약의 노래가 연습실 가득 울려 퍼진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국내에 들어 온지도 3년, 배우 임태경이 그 무대를 지킨 시간도 그와 같이 3년이다. 시즌이 3번 교체될 동안 단 한번도 무대에서 모차르트를 놓지 못했던 그이기에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리던 그의 성량에선 음악을 향한 작곡가 모차르트의 집념이 느껴지고, 콘스탄체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에선 다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볼프강 역을 맡은 배우 박은태의 욕심도 마찬가지.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토록 ‘모차르트’에 욕심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임태경은 연습 뒤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뮤지컬 ‘모차르트’를 두고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과 같다”고 표현했다. 때문에 3번이나 이 작품에 참여하는 감회로 “선택보단 운명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해 동안은 한국에서 모차르트를 무대에 올릴 수 없다는 사실도 그가 이번 시즌에 참여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박은태 역시 이번 시즌에 참여하는 소감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데, 고국에 있는 부모님이 가업을 이으라고 부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결국엔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일종의 숙명과도 같은 것으로 ‘모차르트’ 출연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유는 남자 배우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는데 ‘모차르트’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일테다. 작품은 단순히 천재 음악가의 일대기를 그리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모차르트라는 인물 내면으로 이야기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을 작품에서 ‘볼프강 모차르트’와 ‘아마데 모차르트’로 분리해 등장시킨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제작사 측의 말을 빌리면 “볼프강 모차르트는 의지의 주체이고, 아마데 모차르트는 재능의 근간”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볼프강은 자유와 반항의 상징, 아마데는 천재적 재능의 상징이다. 이둘은 끊임없이 서로 갈등과 끌림을 반복하면서 관계를 지속해나간다. 또 그렇게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전개 방식이다. 이 안엔 천재적인 재능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한 개인의 모습과, 모두의 총애를 받지만 그 속엔 외로움을 품고 있는 한 남자의 고뇌를 담았다. 따라서 볼프강을 맡은 주연 배우들은 모차르트 내면의 삶을 다방면에서 깊이 고민해야 하고, 복잡 미묘한 그의 감정을 한 인물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 때문에 배우들은 알 듯 모를 듯한 모차르트에게 매력을 느끼고, 알면 알수록 새로운 그를 연기하며 새 시즌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배우가 모차르트의 어떤 성격에 초점을 둬 연기하느냐에 따라, 같은 배역도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임태경, 박은태, 장현승이 표현하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매력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임태경은 모차르트와 콘스탄체의 애증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따라올 자가 없고, 장현승은 모차르트의 여린 마음을 한층 살려 모성애를 자극한다고 한다. 또한 모차르트의 섬세함을 연기하는 데는 박은태가 제격이라는 것이 상대 배역에 캐스팅 된 오진영의 설명이다.

“전체적인 공연 관람 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임태경의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이날 연습실 공개현장이 마무리 됐다.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팁이라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 팁입니다.”

다음 달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모차르트’는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B석5만원, C석 3만원.

▶ 문의=02-6391-6332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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