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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선명성 경쟁 … 재벌개혁 카드 꺼낸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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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9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경제 기조를 ‘재벌특권경제’에서 ‘민생중심경제’로 대전환하고 재벌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이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라며 경제민주화의 골격으로 재벌개혁을 전면에 세웠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재벌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마름(지주를 대리해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정권’이었다”며 “부자감세·재벌특혜 전략이 MB노믹스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에 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룬 9개 법률 개정안을 이날 당론으로 발의했다.

 9개 법률 개정안의 핵심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과 금산분리 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10대 대기업의 출자 총액을 30%로 제한하는 출총제를 재도입하고, 순환출자(계열사 A가 B, B는 C, C는 다시 A의 지분을 소유하며 서로 물려 있는 구조)를 금지하고, 같은 그룹 내 법인 간 배당수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벌정책에서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 금산분리에 대해선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금산분리가 빠진 경제민주화는 진정성이 없다’(이용섭 정책위의장)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 주류 경제통들은 “재벌개혁이 ‘대기업 때리기’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재벌개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브레인 중 한 명인 안종범(캠프의 정책메시지본부장)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재벌의 불공정한 행태를 다룬 데 이어 대선에서는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민주당에서(민주당이) 단정적으로 얘기할 사항은 아니다. 논의를 해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면 나중에 정책으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여야의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경우 새누리당 쪽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민주당은 기업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고 3분의 2 이상 형기를 채우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중에 있는 경우’ 사면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또 불공정 하도급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하도급거래공정화법,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한 소득세법,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한 파견근로자보호법 등도 발의했다. 이런 방안들은 새누리당도 이미 발의했거나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법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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