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외국인타자 부진에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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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사활을 걸고 영입한 외국인 거포들의 부진으로 고민에 빠졌다.

올시즌 간판타자 마해영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것으로 믿었던 얀과 칸세코가 6경기가 지나도록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2년연속 `외국인선수 농사'에서 실패하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예감을 주고 있다.

21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와의 시범경기에서 얀은 2회 큼직한 좌월 솔로홈런을 쳐내며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이후 볼넷 하나만을 기록하고 플라이, 삼진, 땅볼로 물러나 4번타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칸세코는 이날 김명성 감독이 7번타순으로 기용하는 충격요법을 썼음에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현재까지 5경기에서 17타수1안타 타점 1개를 기록하는 극도의 무기력 증세를 보이고 있어 더 큰 근심거리다.

특히 8회 3-4로 뒤진 상황에서 맞은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유격수 땅볼로 병살타를 치며 3루주자를 불러들이는데 그친 장면은 안타까움이 컸다.

아직까지 국내투수들의 공에 익숙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겠지만 칸세코는 특히 바깥쪽공과 변화구에 취약한 면을 보여 과연 올시즌 안에 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롯데는 묵묵히 3년째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 기론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외국인타자들에 대한 기억은 유쾌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기용 첫해인 98년 팀의 첫 외국인타자였던 브래디가 별다른 활약없이 중도퇴출되면서 악연은 시작됐다.

99년 한국땅을 밟은 펠릭스 호세가 공격 전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랭크되며 맹활약했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으로 재계약을 포기했고 올해 복귀의사를 보였다가 막판 철회하면서 팀 전력구상에 큰 차질을 가져왔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만리그 홈런왕 출신 우드와 이어 영입한 화이트가 전력에 거의 보탬이 되지 못했던 터.

이런 상황에서 올해 취약한 타선을 보강하기 위해 숙고끝에 선택한 칸세코와 얀에 대한 롯데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기에 이들의 초반 부진을 그냥 무심코 넘길수만은 없는 것.

김명성 롯데감독은 "아직까지 용병교체는 생각치 않고 있다. 계속 기회를 줘서 국내투수들의 볼에 익숙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수원=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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