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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하 이후 美증시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주가가 20일 당초 기대했던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전날의 반짝장세에서 폭락세로 반전됐다.

만약에 연방기금금리 기준 0.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주가가 크게 밀릴 것이라는 점은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예상돼 왔다. 이날 주가의 폭락이 놀랄만한 일은 아닌 셈이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그에 앞서 뉴욕 월가의 분석가들이 이번 0.5%포인트 금리인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주가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브리 G 랜스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존스는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식투자자들의 비명 소리를 감안해서가 아니라 현재 경제의 흐름에 따라 금리인하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곧 FRB가 현재의 미국 경제를 0.75%포인트 인하라는 고단위처방을 할 만큼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FRB는 경제가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경우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5월 이전에 금리를 다시 인하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주가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경제의 향후 움직임과 그에 따른 기업이익의 변화, 현재 주식 이외의 대체투자수단이 있는가 여부 등이다.

앞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는 낙관론자들은 현재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에 비해 그리 급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 주택 거래량, 미국민들의 소비욕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업률 4.2%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과거 금리가 연속해서 세차례 인하되고 난 후에 주가는 상승했으며 그것도 지난 13차례에 걸친 연속 3회 금리 인하 사례의 관련 통계를 보면 세번째 금리인하 이후 1년 기간에 평균 25%의 주가상승이 있었다는 것이다.

증시 주변의 대기성자금이 다른 부문으로 옮겨갈 징후도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경제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의 절반에 불과한 1.1%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번 분기에는 거의 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감원이 잇따르면서 고용이 불안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주가가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역(逆)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생겨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며 이는 기업의 수익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 과열'의 저자인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도 현재의 주가에 거품이 남아있으며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전망은 메릴 린치의 분석가 브루스 스타인버그가 올해 4.4분기에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조만간에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는 FRB의 전망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주가가 20일 떨어진 것은 금리가 기대했던 0.75%포인트 인하가 아닌 0.5%포인트 인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단기간의 주가 움직임은 21일 주식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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