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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시즌 전망 (3) -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중앙일보

입력

지난 해 '보안관' 텍사스 레인저스의 힘이 약해지자, 그동안 조용했던 서부지구에는 평지풍파가 일었다. 너도 나도 패권에 도전하는 혼돈 속에 서부를 평정한 진정한 '황야의 무법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였다.

올 시즌도 오클랜드는 가장 앞선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팻 길릭 단장의 마술쇼가 벌어지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소문난 총잡이들을 쓸어 모은 텍사스, 총 대신 대포를 들고 다니는 애너하임 에인절스 모두 패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매트 스테이어스와 케빈 에이피어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내보낸 '젊은 군단' 오클랜드는 더욱 젊어졌다.

오클랜드 선발로테이션의 특징은 대부분의 다른 팀과는 달리 젊은 선수들이 선두에 서고, 베테랑들이 그 뒤를 잇는다는 것이다. 팀 허드슨-배리 지토-마크 멀더로 이어지는 1-2-3 선발은 빅리그에서 가장 젊고 패기에 찬 선발라인이다. 게다가 각각 3년차와 2년차에 불과한 허드슨과 지토는 10년차 못지 않은 노련미를 자랑한다.

약점은 길 헤레디아와 오마 올리버마스, 또는 마크 거드리가 투입될 4-5라인이다. 오클랜드는 스토브리그 내내 '싸고 든든한' 선발투수를 찾아다녔지만, 빅리그에 그런 투수는 없었다.

그러나 짐 메시어·제프 탬·T.J. 매슈스·마이크 매그내티의 불펜진은 다소 불안한 마무리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을 완벽히 호휘함은 물론, 4-5선발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고의 1번타자라는 자니 데이먼의 영입으로 타선은 한 층 조화로워졌다. 벤 그리브를 내주긴 했지만, 제레미 지암비·애덤 메이어트 등이 남아 있어 그리 아쉽지 않다.

지난 해 오클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불안과 빅리그 최악의 기동력이었지만, 데이먼과 호세 오티즈의 가세는 가뭄에 내리는 단 비가 될 전망이다. 오클랜드와 빌리 빈 단장의 관심사는 지구 우승이 아닌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오클랜드가 우승 1순위임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순탄한 시즌을 보내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공포 타선이 등장하는 텍사스와의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라파엘 팔메이로-안드레스 갈라라가-이반 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베이브 루스-루 게릭-밥 뮤젤-토니 라제리가 버텼던 1927년 뉴욕 양키스의 '살인 타선(Murderer's Row)
'에 비견될만 하다.

그러나 2001년의 레인저스가 시즌 내내 단 하루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1927년의 양키스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것은 타선에 비하면 너무도 허약한 투수진 때문이다.

릭 헬링은 말 그대로 스태프 에이스(staff ace)
일 뿐이며, 케니 로저스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라이언 글린과 덕 데이비스, 애런 메이에트의 활약은 불확실하며, 저스틴 톰슨은 후반기에나 합류할 수 있다. 불펜은 더욱 심각하다. 존 웨틀랜드가 떠난 텍사스의 불펜진은 세이브 잡아먹는 귀신들이다.

텍사스의 올 시즌은 톰 힉스 구단주에게 투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해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시애틀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카를로스 기엔과 스즈키 이치로가 공수에서 로드리게스의 역할을 분담해야 하지만, 둘은 현재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마운드도 걱정이다. 프레디 가르시아가 완벽한 에이스로 올라섰지만, 길 메시와 라이언 앤더슨의 어깨 부상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또한 38살의 제이미 모이어가 제대로 재기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지금껏 시애틀은 현명한 트레이드를 통해 랜디 존슨과 캔 그리피 주니어의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라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 이번만큼은 전력약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포군단' 애너하임도 텍사스와 처지가 비슷하다. 대린 얼스태드·트로이 글로스·팀 새먼·가렛 앤더슨의 타선은 텍사스 못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투수진 특히 선발진은 동네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애너하임 마운드의 문제는 제1선발과 마무리의 중심축이 부실하다는 데 있다. 이스마일 발데스는 만성적인 피로증세에 시달리고 있으며, 트로이 퍼시벌의 제구력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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