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상득 수사, 대선자금에 머뭇거리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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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또다시 대선자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저축은행 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대선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불법이 있다면 밝혀내는 게 수사기관의 임무다.

 검찰은 어제 이 전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다. 이 전 의원에게 임 회장을 소개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고 임 회장이 찾아와 ‘돈을 좀 어떻게 하겠다’고 해 이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역시 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그제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3억원도 대선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김 회장과 이 전 의원을 연결해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였다.

 이렇게 의혹이 자욱해지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분들의 뜻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입장은 정당성을 얻기 힘든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2007년 8월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뒤 이 전 의원이 ‘자금 창구’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파이시티 측에서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한때 “돈의 일부를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법 대선자금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구시대의 병폐다. 기업 등에서 거액의 선거자금을 걷고, 그 돈을 다시 선거판에 뿌리는 후보 캠프들의 행태가 대선 때마다 되풀이됐다. 고비용·저효율의 정치와 대통령 측근들의 부정부패도 대선자금에서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불법 자금의 사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대선자금 의혹을 피해갈 이유는 없다. 오히려 관련 계좌 등을 추적함으로써 또 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지 규명하는 게 정상적인 수사 활동이다. “우리가 대선자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식의 검찰 반응은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선에 출마하는 주자들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은 “무슨 돈으로 거창한 경선 사무실을 차리고 캠프를 운영하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돈과 조직으로 선거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하면 깨끗한 선거로 민심을 얻을지 고민할 때다. 대선 후 선거자금에 관한 뒷말이 나온다면 한국의 정치는 검찰 수사에 목을 매는, 불행한 전철(前轍)을 밟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