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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로 몰려가는 개미들…일확천금 달콤한 유혹에 '허우적'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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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정자동의 한 오피스텔 견본주택. 청약 마지막 날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몰린 수백명의 인파가 북적대고 있었다. 앉을 곳조차 마땅치 않아 맨 바닥에 주저 앉아 청약 신청서를 쓰는 수요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중 한 노인(김모씨)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 역시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는데, 보통의 청약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청약 신청금을 돌려받기 위해 기재하는 계좌번호를 위한 통장 십여개와 주민등록증 십여개를 켜켜이 쌓아 두고 열장이 넘는 청약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한 중년 여성이 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뭘 그렇게 많이 써요? 아이고 이게(신분증, 통장) 다 뭐야…".

그러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자식들, 친인척들의 통장까지 모두 모아 들고 왔어.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데, 무조건 투자해야지. 전용면적 25㎡형을 분양 받으면 월 100만~1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데…. 아주머니도 일단 청약 넣어요. 한 개만 하지 말고, 여러개를 해서 확률을 높여요".

그의 귀에는 이미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무조건 투자한다…말리지 말아요"

일확천금을 꿈꾸는 개미투자자들이 오피스텔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소액 투자로 일정한 월세 수익에, 시세차익까지 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때문이다.

특히 유럽발 악재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주식시장이나 기존 주택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오피스텔시장은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HOT)'하다.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싸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오피스텔은 분양과 동시에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오피스텔 분양 시장 가운데서도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경기도 분당신도시. 지난해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분당 및 판교)를 잇는 신분당선의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오피스텔 분양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얘기에 고개가 갸우뚱 했다. '강남도 아니고, 분당에서 월세가 월 100만~110만원? 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일까….'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상담 창구로 가서 앉아 상담원과 대화를 나눠봤다.

이 상담원 역시 "가장 작은 평형이 전용 25㎡형이구요, 분양가는 2억1000만원 입니다.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누리기 가장 좋은 상품으로, 월 100만~110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인근 다른 단지들도 다 그 정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2억1000만원을 투자해 보증금 1000만원,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수익률은 연 6% 가량이다. 이렇게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받더라도 그리 수익률이 높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상담원은 시세 차익에 대한 솔깃한 얘기를 늘어 놓는다.

"월세 수익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시세 차익은 어마어마 할 겁니다. 정자동 오피스텔들의 초기 분양가가 얼마였는 줄 아세요? 3.3㎡당 600만원대였습니다. 지금은 얼마인지 아십니까? 3.3㎡당 1000만~1300만원이예요.

현재 나오는 것들은 그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인근에 판교 알파돔시티, 테크노 밸리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많아 임대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20% 이상은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노인도 이 얘기에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상담원이 심어준 청사진은 2년 후 잿빛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대에 앞으로 공급될 오피스텔이 많아서다. 올해에만 3000실 가량이 추가로 나오고, 내년에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정자동엔 아직 오피스텔을 지을 만한 노는 땅이 많이 남아있어서다.

건설사들도 청약에 나서는 족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노인이 해당 지역 부동산에 들러 이 일대 오피스텔의 실제 임대료 수준을 묻기만 했더라도, 이 처럼 청약에 열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정자동의 한 공인 중개사는 '월 100만~110만원'이란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가장 잘 나가는 오피스텔인 정자동 파라곤의 임대료 수준이 최고 75만원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그 사람들(상담원)이야 무조건 팔기만 하면 자기들 일은 끝나는 거니까. 가장 안타까운 건, 손님같이 부동산에 찾아와 현지 오피스텔의 임대료 수준을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그게 투자의 기본 중에 기본인데….

분양가 수준도 안 따져본다는 것도 답답하죠. 기존 오피스텔 중에 가장 임대료가 높게 나오면서도 임차인들의 선호가 높은 곳의 전용 35㎡형을 2억원이면 살 수 있어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도 임대료와 매매가가 올라간다구요? 한꺼번에 3000실이 입주를 맞이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식적으로 임대료나 매매가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투자한다는 사람들 말리고 싶네요".

▲ 지난 3일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의 한 오피스텔 견본주택에 청약 신청을 하기 위해 몰려는 청약자들. 마치 은행 창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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