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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과학? 신기한 조형세계

중앙일보

입력

머리카락으로 짠 거미줄과 투명한 플라틱 이슬방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기다란 유리관 속의 스티로폼 알갱이들. 눈 높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멍을 뚫어놓은 상자.

서울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Emerging(이머징)Ⅱ' 전은 새로운 조형세계를 위한 젊은 작가들의 탐구와 실험정신이 두드진다(4월 15일까지).

지난해부터 쌈지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떠오르는 신진작가' 기획전으로 올해엔 함연주(30).김기철(32).성민화(32)씨를 초청했다. 주제의 연관성 없이 각자 한곳씩의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여는 형태다.

지하 1층 갤러리에서는 함씨의 머리카락 설치가 눈길을 끈다. 1m 넘게 기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아 섬세한 거미줄을 꾸몄다. 그물망에 장식된 투명한 FRP 방울들이 이슬처럼 영롱하다.

1층에는 음파, 즉 소리에 따른 공기의 파동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김씨의 소리조각이 설치돼 있다.

양쪽 끝에 스피커가 달린 길이 2m40㎝의 유리통 바닥에는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깔려 있다. 스피커에선 "뿌우 - " 하는 커다란 음향이 높낮이와 세기를 달리하며 간헐적으로 울린다. 바닥의 가벼운 알갱이들은 공기의 파동에 맞춰 카드섹션하듯 몇줄씩 구획돼 일어섰다가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2층에선 소통과 참여를 주제로 한 성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상자에 난 작은 눈구멍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막상 들여다보면 거울들의 반사에 의해 자신의 눈모습이 만화경처럼 펼쳐질 뿐이다.

한쪽 구석에는 거울이 매달려 있다. 관객이 작품 앞에 서면 센서가 감지해 거울을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모습 비추기를 거부하는 거울이다. 02-3142-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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