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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보협정 밀실 처리 청와대 민정서 진상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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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이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에 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청와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의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경위와 책임소재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2일)에서 이 대통령이 (비공개 처리를) 질책한 이후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지시해 지금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처리 경위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결과 업무 처리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드러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외교부·국방부 등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쪽에선 “감사원이면 몰라도 논란의 한 당사자인 청와대가 조사하는 것이 공정할지 의문”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한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4일 김성환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 내에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 데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내에선 이번 협정의 추진 경위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처리하기로 한 게 누구의 결정이냐는 거다. 현재로선 일본이 먼저 비공개 처리를 제안해 외교부가 응했고, 청와대에서 이를 재가한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이번 협정은 2010년 10월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이 먼저 제안해 추진돼 왔다. 지난해 1월 양국 국방장관은 협정 추진의 필요성에 공감,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국회도 한·일 정보교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양국은 4월 23일 도쿄에서 협정 문안에 가서명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5월 13일 한·중·일 베이징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 문제를 별도로 논의했다. 당시 김태효 대통령 대외전략기획관은 “이미 24개 국가와 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어 일본과 맺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밝혔었다.

 같은 달 31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6월 말 이전’ 체결 방침을 정하고, 협정 명칭도 ‘군사비밀’ 대신 ‘정보’로 바꿨다. 체결 주체도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꾸도록 정리됐다. 이때부터 외교부는 6월 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 6월 14일 한·미 외교·국방(2+2)회담에서 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미국의 채근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17∼27일)을 위해 청와대를 비웠고, 김태효 기획관이 이 사안을 총괄했다. 비공개 처리 방침은 이 무렵 결정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 중에 마지막으로 실무 차원에서 일본이 국내 절차(29일 각의 통과)를 밟을 때까지 비밀리에 하자는 요청이 왔고, 그게 받아들여지면서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26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걸(합의안) 받아온 게 외교부였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는 보고(전달)와 결정을 구분해 보고 있다. 일본의 비공개 제의를 청와대에 보고한 건 외교부지만 최종 결정을 내린 건 청와대라는 입장이다. 외교부와 청와대의 책임공방은 여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 모르게 협정을 즉석 처리한 사태에 대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16일 전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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