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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대선 승률 100%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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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종시가 2일 공식 출범했다.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내건 지 10년 만이자, 19대 대선을 5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10년 만에 다시 세종시로 모이고 있다. 이날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식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통합당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이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전날 세종시 건설현장을 찾았다. 대선 ‘중원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을 여권 내에서 무산시킨 주인공이다. 세종시의 밑그림을 야권에서 그렸다면 그는 지켜냈다. 출범식에서 박 전 위원장은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약속이 지켜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9대 대선 박 전 위원장의 ‘약속’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충청내륙고속도로, 백제역사문화도시 사업 등을 채택할 방침이다.

 야권 주자들도 구체적인 약속을 거론했다. 문 고문은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말했고, 정 고문은 “미완성의 세종시를 신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손 고문은 “경기지사 재직 시 주변 반대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찬성한 건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였다”며 “세종시의 자족도시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충청권에서의 ‘공약 전쟁’을 예고한 대목이다. 여야는 국회 수뇌부도 충청 출신으로 채웠다. 이날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과 부의장이 된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이 모두 대전고 출신이다.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충청권 민심은 공약에 따라 출렁였다. 노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로 재미 좀 봤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충청권을 염두에 두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공약으로 내세워 효과를 봤다.

 윤종빈(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파괴력 있는 공약을 내세운 쪽이 많은 표를 얻었다”며 “양당 모두 대형 국책사업 등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정 지지층이 많은 호남· 영남권과 달리 충청권 표는 유동적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에게 충청은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통했다. 실제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이 지역에서 이긴 후보가 곧 대통령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25만6286표 차이로 이겼다. 두 후보의 총득표율 차이는 약 57만 표(2.3%포인트 차)였다. 이 지역에서 노 후보가 절반 정도 표 차이를 벌린 거다. 97년 대선 땐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앞세워 이회창 후보에게 40만8319표 차이로 승리했다. 총득표 수에선 DJ가 이 후보 보다 39만557표 많았다. 다른 지역에선 패했으나 충청권에서 이 후보를 따돌리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충청권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배경에도 충청권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박 전 위원장을 앞세워 18대 국회 1석에 불과했던 충청권(총 25석)에서 12석으로 약진했다. 반면 15석이던 민주당은 10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19대 총선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아직 상황은 가변적이다.

 새누리당은 36.6%, 민주당은 34.7%였다. 야권연대 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7.4%)의 득표율을 합치면 42%로 야권이 새누리당보다 득표율이 오히려 높다. 하지만 대선이 보·혁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땐 사정이 달라진다. 16.6%를 얻은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보수연대를 이룰 경우 충청권 득표율의 합은 52%에 이른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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