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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폭탄' 다음 정권에 넘길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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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파탄 위기에 놓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책 협의가 결렬됐다. 정부.여당의 의견이 맞서고 야당들도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의 계획대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러다 국민연금 개혁이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덜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 추계로도 2047년엔 재정이 고갈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재정 고갈 시기가 정부 예측보다 5년 더 빠를 것이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풀 해법은 뻔하다. '많이 내고 적게 받도록'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평균소득의 60%인 급여율(받는 돈)을 올해부터 55%, 2008년부터는 50%로 낮추고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5.9%까지 올리자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미 재작년부터 국회에 내놓았다.

여당은 내는 돈 인상은 유보하고 받는 돈만 정부안대로 낮추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연금 재정 고갈 시점을 기껏해야 5년 정도 늦추는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2008년 연금 재정 상태를 본 뒤 보험료율을 결정하자는 것은 2007년 대통령선거를 고려해 보험료 인상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란 인상을 준다. 야당들의 여러 주장도 이 시점에서 과연 합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 개혁은 각국이 안고 있는 큰 과제다. 후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 세대의 부담을 늘리고 혜택은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연금 개혁은 국민에게 욕을 먹는 인기 없는 시책이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복지 선진국들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개혁할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내년 이후의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개혁은 더 늦춰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