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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두관, 지사직 유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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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두관 경남지사가 조만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그의 지사직 사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김지사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해왔다. 2일 도청 조례회에서 배경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찬반이 분분하다. 그런데 논의의 상당 부분이 원칙이나 사회 공익보다는 주자들이나 당의 이해 득실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김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한 채 출마해야 한다. 우선 그것이 법의 취지에 맞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당내 경선에 출마할 때는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의 경우 후보가 현직을 선거에 이용할 우려가 적은 데다 사퇴하면 많은 비용을 들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법은 후보로 당선되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정했으니 당은 이를 고려해 경선 일자를 정하면 된다.

 법도 존중해야 하지만 아울러 김 지사는 임기를 마치겠다는 공약도 지켜야 한다. 한국 정치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폐해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책선거에 시장직을 거는 바람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돼 사퇴하면 그때는 도민도 공약을 지키지 않은 걸 이해해 줄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당내 경선에 출마하면서 지사직을 사퇴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본지는 지난 4월 중순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새누리당 경선 출마를 밝히면서 지사직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바람직하고 중요한 선례를 만든 것이다. 김두관 지사는 이 선례를 따라야 한다.

 김두관 지사는 사퇴 여부를 정치적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난달 경남도 민주도정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출구를 열어 놓고 출마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캠프 인사들은 “양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발언들에는 지사직을 하나의 특권이나 감투로만 생각해 이를 버림으로써 뭔가 배수의 진을 친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경선에 유리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만약 김 지사가 지사직을 유권자에게 부여받은 신성한 의무로 생각한다면 이를 선거에 유리하도록 활용하려는 소재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선출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기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 법도 그것을 보장하려고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지사나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은 임기를 마쳐야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 4년 임기 중에 겨우 2년 동안 무슨 일을 했다고 사퇴인가. 사퇴하면 자신이 그렇게 강조했던 공약들은 어디로 가는가. 지사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그가 말하지 않아도 도민과 국민이 ‘더 큰 공약’을 위해 당당한 사퇴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선출직의 이런 사명을 중시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당내 경선에 출마하는 지사들이 직을 그대로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