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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친지 중 대머리 있으면 무조건 탈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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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얼마 전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의 비호감 외모 순위를 매기게 했더니 압도적인 1위가 대머리로 꼽혔다. 2위가 못생긴 남자, 3위 여드름 많은 남자, 4위 배 나온 남자 순이었다.

여성의 이런 속마음을 들여다봤기 때문일까.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약은 언제부터 먹어야 하는지, 이식 시술은 효과가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예방법은 없는지 등을 묻는 젊은 학생도 늘었다. 대한피부과학회 계영철 이사장(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사진)에게 탈모에 대한 궁금증을 들었다.
-탈모는 왜 생기나.

“남성호르몬 때문이다. 몸속에 있는 ‘5-알파환원 효소’라는 물질이 남성호르몬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뀌게 하는데, 이 DHT가 바로 탈모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주로 사춘기 이후부터 활성화된다. DHT가 작용하면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늘어지고 짧아지며, 결국 머리카락이 모근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DHT는 정수리 부근과 이마 앞쪽 M자 라인에 주로 작용한다. 때문에 탈모도 역시 이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법한데.
“유전적 요인이 크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탈모가 진행된다. 하지만 탈모에 관련된 유전자가 있으면 똑같은 남성호르몬이 작용하더라도 탈모가 진행되는 정도가 심하다. DHT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모는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르는 게 아니다. 한 유전자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확률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부모·친지 중 대머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집안에 탈모 환자가 한 명도 없는 사람이 탈모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자가 진단법은.
“요즘은 고등학생·대학생 등 젊은 층에서도 탈모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는 진짜 탈모 환자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즉 단순 스트레스 또는 질환(갑상선항진증·철분 부족증·부신기능 이상 등) 때문에 일시적으로 머리가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나 특정 질환 때문에 생기는 탈모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많이 빠지지만 나중에 거의 100% 머리카락이 다시 나온다. 우리가 말하는 대머리, 즉 남성형 탈모는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조금씩 빠진다. 자고 일어났을 때 베개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떨어져 있다거나 머리를 50~100개 정도 엄지와 검지로 잡고 가볍게 잡아당겼을 때 3개 이상 빠진다면 탈모일 수 있다. 정수리 부분 모발이 서서히 줄어들 때도 탈모 진행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법은 무엇인가.
“안타깝지만 현재 유일한 치료법은 약물치료뿐이다. 수많은 탈모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에 한국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법은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성분을 이용한 약물 복용, 그리고 미녹시딜 성분 도포 두 가지 종류뿐이다. 먹는 약제는 남성호르몬이 DHT로 바뀌는 5-알파환원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최근 나온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정수리뿐만 아니라 앞머리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은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약을 먹기 시작한 2~3개월 뒤부터 빠지는 머리가 줄기 시작하고 6개월 후엔 머리가 다시 난다. 1년이 되면 정점을 찍고 거의 유지된다. 단,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12개월에 거쳐 서서히 약물 복용 전으로 돌아간다. 바르는 약제인 미녹시딜은 매일 두 번 탈모가 시작된 정수리 부위에 바르면 효과를 보지만 먹는 약제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
다.”

-이식술은 어떤가.
“20~30대 이른 나이부터 이식술을 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50대까지 탈모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뒷머리 아래쪽 부위 머리를 정수리에 이식하면 그 머리는 나이가 들어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주변 머리다. 심어 놓은 부분만 그대로 있고 나머지 머리는 빠져 굉장히 어색해 보인다. 20~30대에는 일단 약물을 먹어 머리카락을 최대한 보존한 다음 50~60대가 넘어 탈모 진행이 마무리됐을 때 시술 받는 게 좋다. 간혹 약물 복용 후 성욕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두 달 지나면 그런 증상이 사라진다. 그 외에 다른 부작용은 거의 없어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라 할 수 있다.”

-탈모 예방법은 없나.
“두피를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화학 성분이 많이 든 샴푸를 쓰고 잘 헹궈내지 않거나 머리를 잘 말리지 않고 무스 등을 바르면 모공이 막혀 영양공급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두피 마사지도 틈틈이 해준다. 부드러운 빗으로 머릿결대로 한 번, 반대로 한 번씩 빗어주거나 두피 마사지용 빗으로 두드리면 혈액 순환을 도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탈모에 좋은 음식은 특별히 없다. 녹황색채소·콩과류 섭취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골고루 먹는 것이다. 영양불균형을 막으면 모발도 힘이 생긴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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