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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而不見<시이불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7호 27면

대학(大學)중용(中庸)논어(論語)맹자(孟子) 등과 함께 4서(四書)에 속하는 책이다. 본래 예기(禮記)의 한 편(篇)이었던 것을 송나라 유학자 정호(程顥)가 따로 떼어내 구성했다. 윤리·정치·철학 등의 학문과 현실 정치 참여를 가르치고 있다. 무릇 천하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대학은 첫 장에서 ‘대학의 길(大學之道)’을 밝히고 있다. 명명덕(明明德·명덕을 밝히는 일), 친민(親民·백성을 새롭게 하는 일), 지지선(止至善·지극한 선에 다다르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대학의 ‘3강령(三綱領)’이라고 한다.

이어 3강령을 구현하기 위한 수양의 길을 8단계로 제시했다. 격물(格物·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고), 치지(致知·나의 지식으로 끌어들이고), 성의(誠意·뜻을 진실되게 하고), 정심(正心·마음을 단정히 하고), 수신(修身·몸을 닦고), 제가(齊家·가정을 편안하게 하고), 치국(治國·나라를 다스리고), 평천하(平天下·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로 이어진다. 흔히 ‘8조목(八條目)’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은 8조목 중 정심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수신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마음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쾌락을 좇는다거나 우환이 있으면 마음을 모을 수 없다.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면(心不在焉), 봐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고(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 탐욕이나 쾌락, 분노 등에 사로잡히면 ‘선을 좇는다(求善)’는 마음의 본(本)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시이불견이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니 사물을 봐도 그 정확한 의미를 볼 수 없고, 좋은 소리를 들어도 그 참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천하를 경영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집중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12·19 대선을 다섯 달 반 남겨두고 여야 잠룡(潛龍)들이 속속 ‘치국(治國)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정국은 빠르게 대권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다. 국민은 이제 그들에게 집요하게 따져야 한다. 그들이 과연 시이불견의 우매함에서 벗어났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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