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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지역 교사로 가겠다며 미국선 하버드생도 줄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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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티치 포 아메리카’의 설립자 웬디 콥(45·오른쪽)이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토론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웬디 콥(Wendy Kopp·45·여)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TFA)’ 설립자 겸 대표는 “한국 대학생들의 에너지를 교육기부에 활용하면 사교육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FA는 1990년 이후 미국의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미국 빈민지역에 교사를 파견하는 비영리단체다. 콥이 89년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직후 만들었다.

 TFA는 미국 ‘교육기부’의 아이콘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애국심을 가진 국민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TFA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공교육 개혁을 주도했던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도 이곳을 통해 교사직을 경험했다. 콥은 삼성꿈장학재단 교육기부 프로그램 견학차 최근 방한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 교사를 공급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 아닌가.

 “한국은 교사 지망생이 많고 자질도 뛰어나다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은 교사 숫자가 절대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낙후지역 학교에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5주간 교육을 시킨 뒤 빈민 지역 공립 초·중·고에 2년간 교사로 파견한다. 지난해는 5200명을 43개 지역에 파견했다.”

 -미국의 교육 불평등은 어느 정도인가.

 “여전히 심각하다. 만 9세 저소득층 학생은 상류층 아이에 비해 학습능력이 3년 정도 뒤처진다. 상류층 학생은 80%가 대학을 졸업하지만 저소득층은 8%에 그친다.”

 TFA는 2007년엔 대졸자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직장 10위 안에 들었다. 매년 하버드대 졸업생 중 18%, 프린스턴대 졸업생 중 15%가 지원한다. TFA 교사들은 학교에서 3만~5만 달러(3400만~57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명문대 졸업생들이 TFA에 지원하는 이유는.

 “80년대 후반 이후 젊은이들은 ‘나 자신만 아는 세대(Me Generation)’로 불려 왔다. 사회는 ‘명문대생들이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기업을 선택했던 것뿐이다. 명문대생들은 사회를 위해 헌신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2년간 교사를 한 뒤 진로는.

 “3분의 2가 교육계에 남는다. TFA 경험이 없었다면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인재들이다. TFA 출신들이 교육계의 리더가 돼 공교육 개혁에 앞장설 것이다.”

 -가장 큰 성과는.

 “교육 불평등 해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TFA 교사에게 배운 학생이 300만 명이 넘는다. 열의를 가진 교사들은 학생과 학교를 개혁하고 있다. ”

 이주호 장관은 “TFA를 모델 삼아 방과후 학교, 토요 프로그램에 대학생들의 교육기부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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