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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관심분야 검증된 책 골라 사람·책 보는 시야 넓어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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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명품인 아파트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우리가 명품이 돼야죠.” ‘반포자이 독서클럽’ 박문정(69) 회장은 2년 전 독서클럽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어 그와 뜻을 함께 하는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부러워하는 독서클럽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들의 바람대로 여덟 명으로 시작했던 독서클럽은 어느덧 회원 수가 30명으로 늘었고, 함께 읽은 책이 20권을 훌쩍 넘겼다.

‘반포자이 독서클럽’ 회원들이 자이안센터 야외에 모여 얘기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명품 주민이 사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웃라이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남한산성』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왓칭』 『아프니까 청춘이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반포자이 독서클럽 회원들이 함께 읽는 책은 특별한 기준이 없다. 소설부터 자기계발서·에세이·철학서까지 분야 구분 없이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권씩 책을 선정한다. 덕분에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자녀들을 키우느라 육아 관련 책만 읽었던 주부들은 모처럼 소설책과 에세이를 읽으며 감성을 키운다.

박정혜(47)씨는 “혼자 책을 읽다보면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기 쉬운데,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권하다 보니 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도 알 수 있어 스스로 발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준수(34)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씨는 “지식의 홍수라고 할만큼 수많은 책이 쏟아져 책을 고르기 어려웠는데 이미 검증된 책을 회원들이 골라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지난 3월부터 모임에 참여한 임순희(50)씨는 “올해 초, 한 달에 2권씩 책을 읽기로 결심했지만 지키는 게 쉽지 않았는데 모임에 나온 후부터 의무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 것 또한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나이·성별 구분없이 다양한 대화 나눠

독서클럽 회원들은 매월 둘째주 화요일 오전 9시30분, 자이안센터 1층 회의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매번 2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모임이 끝난다. 책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한 이웃사촌이 된다. 총무를 맡고 있는 정경근(43)씨는 “다른 모임에 나가면 나이와 생각이 비슷한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데, 독서 모임에서는 퇴직한 어르신과 주부들과도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모임을 마칠 때는 다음에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임에 나오지 못한 회원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cafe.daum.net/banpoxibook)에 선정된 책을 알린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과 관련된 영화를 함께 볼 때도 있다. 조수원(55)씨는 “지난 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은 후 회원들과 함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한 회원이 영화 ‘조블랙의 사랑’을 추천해 함께 보면서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독서클럽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회비를 내지 않는 것이다. 회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먹을 음식은 스스로 챙겨 오는 것이다.

주제·장르별 다양한 소모임으로 진화

독서 모임에 익숙해진 회원들은 다양한 형태의 또 다른 독서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 “임신부들을 위한 독서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이미옥(50)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준수씨는 “저도 모임에 끼어달라”며 웃었다. 빈혜영(46)씨는 가을부터 소설책 읽는 모임을, 박만수(43)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독서클럽을 열 계획이다. 박씨는 지난해 6개월경,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클럽을 운영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읽고 남한산성에 답사를 다녀왔고, 건축 관련 책을 읽은 후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파주 헤이리와 출판단지를 다녀왔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회장 박문정씨는 “처음부터 우리 모임을 시작으로 10개, 20개의 독서클럽이 생기고, 이를 계기로 많은 주민들이 책을 즐겨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또한, 지금 모임이 오전 시간에 열려 직장인들이 함께 하기 어려운만큼 8월부터는 저녁 모임도 열 계획이다.

글=송정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반포자이 독서클럽 회원들이 추천합니다

1. 정경근씨 추천 『욕망해도 괜찮아』

저와 같은 40대 남성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중년 남성, 쉽게 말해 아저씨들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죠.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제가 스스로를 너무 옥죄며 살아온 것 은 아닌지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2. 박정혜씨 추천 『왓칭』

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시각에 따라 세상의 이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줘요. 화분에게 “잘 클거야”라고 말하면 예쁘게 큰데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전까지 아들의 부정적인 모습만 보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3. 이미옥씨 추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역사에 소홀했던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루브르 박물관 같은 대형박물관이 있는 유럽을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러한 역사가 바로 약소국가의 문화유산을 약탈한 역사더라고요. 잘못알고 있던 역사도 배우고 우리의 문화유산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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