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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효과? … 종이 투표함 플라스틱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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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월 대선부터 전국 투표소의 투표함이 종이에서 강화플라스틱 재질로 교체된다. 4·11 총선 당시 일부 종이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은 상태로 옮겨져 부정 시비가 생긴 게 계기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6일 “현재 사용 중인 종이 재질의 투표함을 플라스틱 투표함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각 정당에 알렸더니, 새 투표함의 견고성에 대해 모두 만족스러워했다”고 밝혔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처음 도입돼 2007년 대선부터 사용된 일회용 종이 투표함은 보관과 이동이 편리했다. 사용 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4·11 총선 서울 강남을 개표소에서 일부 투표함이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거나 봉인되지 않은 채 발견돼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조립식인 종이투표함의 벌어진 틈 사이로 투표용지를 몰래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선관위는 “단순 실수였다”는 입장이지만 대선 때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투표함 교체를 결정했다.

 투표함의 재료는 나무(1963년 이전)→철(63년 이후)→알루미늄(91년)→골판지(95년)→플라스틱(2002년)→종이(2006년)→강화플라스틱(2012년 12월)으로 바뀌어왔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혹은 제1회 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95년처럼 투표함 수요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 재료가 바뀐 경우도 있었다.

 ‘투표함 수난사’도 있다. 민주화 이후 처음 실시된 87년 대선에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시민들이 서울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철제 투표함을 탈취하고 선관위를 점거한 사건이 있었다. 유권자 4325명의 표가 담긴 이 투표함은 아직도 개봉되지 못한 채 경기도 과천의 중앙선관위 문서고에 보관돼 있다.

 이번 강화플라스틱 투표함은 용지 투입구와 열쇠 부분에 대한 봉인 기능이 강화된다. 주둥이는 넓고 밑바닥은 좁은 사각형 컵처럼 만들어 여러 개를 포갤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제작비용은 개당 6만원 정도로 기존 종이 투표함(개당 2만원)에 비해 비싸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전국에 2만 개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12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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