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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멋대로 설립 … 부인·처남·친구 이사에 앉혀 고발 당한 YMCA 사무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25일 낮 12시10분 대구시청 앞 광장. 정제영(56·영남자연생태보존회 이사)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국민 혈세 탕진한 위장 사회적 기업 인가 배후자 처벌’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 대구YMCA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고문을 맡고 있는 정씨는 “대구YMCA가 운영 중인 사회적 기업에 문제가 많아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100주년을 바라보는 대구YMCA가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 단체의 실무책임자인 김경민(50) 사무총장이 허위서류를 만들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데다 횡령 의혹까지 받고 있어서다. 경찰은 비대위가 김 총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최근 고발함에 따라 다음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김 총장은 사회적 기업 3개를 운영하면서 대구YMCA 자금 5억원 이상을 기업 운영자금으로 불법 전용했다는 것이다. 또 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은 채 허위로 작성한 의사록을 대구고용노동청에 제출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정부 지원금과 대구도시가스·대구도시공사 등 지역기업의 지원금을 합치면 사회적 기업 운영자금이 30여억원에 이른다”며 “이 돈의 정확한 사용처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경조사비와 퇴직 때 위로금 명목으로 대구YMCA가 적립한 3억원 중 2억6000만원이 사라졌다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대구YMCA는 피스트레이드(2008년 설립·공정무역업체), 신천 에스파스(2009년·공공조경사업), 희망자전거제작소(2010·폐자전거 재활용) 등 사회적 기업 3곳을 운영 중이다.

 비대위는 대구YMCA의 운영상 문제점도 거론했다. 김 총장이 대구시 간부의 부친인 전직 교장과 시 간부 출신을 사회적 기업에 고용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자신의 부인과 처남·친구를 운영이사로 두는 등 조직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이호준(45) 비대위원장은 “경찰이 철저하게 수사해 대구YMCA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사회적 기업 신청서류가 조작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당시 신청 시한에 쫓겨 회의록을 임의로 만들어 냈다”며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했으며 YMCA의 자금을 전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퇴직 교장 등을 고용한 것은 당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직원 모집에 응해 선발했고, 부인 등 주변 사람이 이사로 활동한 것은 정당하게 추천을 받아 선출된 것으로 자신이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구YMCA=지역 최초의 시민운동단체로 1918년 9월 15일 설립됐다. 일제 강점기 여성교육 등 각종 계몽운동을 통해 민족의식을 심었다. 1991년 대구수돗물 페놀 오염사태, 95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사고, 98년 시내버스 요금 인하운동 등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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