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볼썽사나운 금융소비자연맹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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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컨슈머리포트를 발표해 ‘스타’로 떠오른 시민단체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금소연 조남희 사무총장은 최근 사임하며 조직 내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조연행 부회장의 전횡을 비판했다. 감시 대상인 금융회사에 잡지를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는 고백은 시민단체엔 치명적이었다. 특히 그는 컨슈머리포트와 관련, “수익률 계산에 오류가 있었으며,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맞서 조 부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수익률은 교수 등 전문가가 검증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4월 컨슈머리포트를 낼 때부터 투자·보험 기능이 섞인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리포트는 수익률을 계산할 때 판매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평균 운용기간을 10년으로 잡고 현재 수익률을 비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를 운용하는 기간이 짧아진다는 보험상품의 특성을 무시했다.

 금소연 발표 이후 주요 생보사의 변액보험 판매량은 최고 70%가 급감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보험사들이 소송을 내니 마니 흥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금소연이 추구하는 큰 방향은 틀리지 않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주권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변액보험의 사업비·수익률을 공시하게 된 것도 금소연이 세운 성과다. 하지만 그 뒤 벌어진 돈 문제와 자료 왜곡 의혹, 그를 둘러싼 ‘자중지란’은 볼썽사납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권력, 그리고 기업을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이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부에서 불공정 시비가 터져 나온 금소연이 과연 공정한 견제와 감시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소연은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두가 공감하는 정보가 되도록 더 연구해야 하며 발표 결과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취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금소연이 벤치마킹하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지금의 권위를 갖기 위해 70여 년에 걸쳐 신뢰를 쌓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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