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따라잡자 … 차세대 OLED 공동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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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체 라이벌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힘을 합친 것은 한국의 삼성과 LG를 잡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TV용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모듈을 공동 개발하기로 계약했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OLED 부문에서 협력을 꾀할 것이라는 최근의 소문을 공식화한 것이다. 두 회사가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오랜 기간 경쟁해온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은 것은 TV업계 1위 삼성전자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두 회사의 위기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상반기 55인치 대화면 OLED TV 양산형 모델을 개발해 공개했고,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 업체들은 아직 이 정도 크기의 OLED TV를 내놓지 못했다. OLED TV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더 늦기 전에 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OLED TV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본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시작하지 않으면 OLED TV 시장이 커졌을 때 뒤처질 수 있다”고 밝혔다. OLED는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 때문에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며 액정화면(LCD) TV를 이어 TV시장을 이끌어 갈 유망주로 꼽힌다. 올해 1억4700만 달러로 추산되는 OLED TV 시장 규모는 3년 후인 2015년 72억 달러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동 명의 보도자료에서 “양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OLED 패널과 모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며, 두 회사가 가진 독보적인 기술을 결합해 개발 효율을 높임으로써 2013년까지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각자 가진 기술을 상호 보완하면 낮은 비용을 들여 개발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니는 OLED 기술의 원조다. 2007년 세계 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출시했지만 가격을 낮추고 화면 사이즈를 키우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에는 25인치 업무용 모니터를 출시하는 등 상업용 OLED 디스플레이 양산과 상품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기에 파나소닉은 대형화·저비용화에 유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나소닉이 보유한 최첨단 ‘전체 인쇄 방식’ 기술은 대화면·고화질 OLED 패널을 낮은 비용으로 양산하는 데 적합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OLED 패널 생산에서는 협력하되 TV 상품 개발은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회사는 OLED 패널과 모듈의 대량생산에 관한 협업 가능성을 계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 다.

 TV의 명가였던 소니와 파나소닉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세계 평판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위(26%)와 2위(14.6%)를 달리고 있으며 소니는 3위(9.4%), 파나소닉은 5위(5.3%)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물에 전기를 가해 색상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액정화면(LCD)보다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잔상이 안 남고, 화면이 선명하고 밝다. 소비전력은 적은 데다 얇고 가벼워 차세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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