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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있는 한국 … 헤지펀드 성장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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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니얼 닥터로프 블룸버그 CEO는 “블룸버그를 표현하는 말이 많지만 나는 ‘지식회사’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가 곧 사회적인 편익이 된다는 믿음이다. [박종근 기자]

72개국 146개 지사에서 매일 5000개가 넘는 뉴스를 쏟아낸다. 무려 440개의 신문과 잡지가 이 뉴스를 인용한다. 글로벌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 얘기다.

이 회사의 유료 정보단말기인 ‘블룸버그터미널’을 사용하는 고객만 한국을 비롯해 174개국에서 31만 명이 넘는다. 1982년 설립 이래 30년 넘게 경제·금융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비결은 뭘까. 최근 한국을 찾은 대니얼 닥터로프(54) 블룸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그들의 생존법과 한국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방한의 주된 목적이 있나.

 “한국 사업을 확장한다. 7월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 28층에 새 사무실을 연다. 사무실·인력 등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은 성장성과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겸비한 시장이다. 블룸버그는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 이런 투자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다. 그만큼 한국 에서의 기회를 크게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인가.

 “첫째는 한국 경제의 성장성, 둘째는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정부의 금융시장 규제완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개선점이 많다는데.

 “한국 헤지펀드 시장은 출범한 지 6개월밖에 안 됐다. 시장이 성숙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분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고 점점 수익률 높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질 게다. 헤지펀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객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H-box’라는 헤지펀드 통합 운용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닥터로프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블룸버그 입사 전 뉴욕 부시장을 지냈다. 사모펀드 회사인 오크힐캐피털파트너스와 리먼브러더스 투자전문가로도 활동했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두루 거친 뒤 미디어회사의 수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나.

 “미디어의 디지털화로 많은 인쇄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0년간 전통적인 광고수익에 의존해 본 적이 없다. 각종 데이터와 뉴스·거래처와의 연결 플랫폼을 제공하는 블룸버그터미널을 독립적 구조를 지닌 상품으로 키워온 덕이다. 이를 통해 뉴스 조직을 최근 4년 사이 30%나 더 키웠다.”

-온라인 매체의 급증은 당연한 일일까.

 “뉴스의 질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독자 1인당 광고가치는 인쇄매체보다 디지털 매체가 더 낮다. 이로 인해 온라인 뉴스의 질과 깊이가 나빠질 수 있고 결국 뉴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미디어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요즘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미디어는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정보의 투명성은 사회적인 ‘공동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이 투명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곧 경제적인 활동 증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져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된다. 미디어가 이런 투명성을 사수하면 그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뉴욕 부시장으로서 9·11 테러 이후 재정위기를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투자’의 선순환을 믿는다. 종종 공직자들은 너무 ‘옳은 일’을 하려고만 하는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도시 환경이 좋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소비하고 세금을 내 도시의 수입원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게 바로 성공적인 도시의 선순환이다.”

이소아 기자

대니얼 닥터로프

2008년 1월 블룸버그 사장으로 입사해 2011년 8월 CEO로 임명됐다. 2001~2007년까지 뉴욕시 경제개발·재건담당 부시장을 역임했다. 이 시기에 현 뉴욕시장이자 블룸버그 설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와 함께 9·11 테러이후 뉴욕시의 경제회복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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