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은행적금인 양 유혹 … ‘카드슈랑스’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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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공덕동에 사는 주부 최모(36)씨는 최근 카드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쉽게 끊지 못했다. 전화 상담원이 “우수고객에게만 특별히 소개하는, 이자만 50%를 받아가는 좋은 적금상품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매달 돈을 넣고 15년 만기가 되면 원금에 50%를 더 받을 수 있는 데다 도중에 입출금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최씨가 “보험상품이 아니냐”고 따져 묻자 상담원은 그제야 ‘A손해보험사의 저축성 장기보험’이라고 털어놨다.

 카드사가 보험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사가 보험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보험은 ‘카드슈랑스’로 불린다. 카드슈랑스의 판매액은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3월까지의 실적도 36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5%가량 늘었다. 카드사의 보험 판매 수입은 신용 판매나 대출 등 본업을 제외한 ‘부업’ 실적에서 60%가량을 차지한다.

 카드사가 이처럼 보험 영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짭짤한 보험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가 손해보험사의 장기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고 받는 수수료는 3.9~4.6%가량으로 은행의 판매수수료(3% 초반)보다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화로 판매하는 텔레마케팅(TM)은 비용 대비 수익이 많다”며 “수수료 인하 압박과 카드대출 규제로 궁지에 몰린 카드사에 보험 판매는 가장 짭짤한 수입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도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나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보험 판매에 필요한 고객정보를 카드사가 제휴 보험사에 넘기는 것이다. 카드사는 보험 판매 수수료가 아닌 마케팅 비용을 보험사에서 받는다. 카드와 보험사들로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할인율이 높거나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제휴 카드를 마련해 고객을 확보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카드사와 보험사의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업계 카드사 7곳은 생명보험사와 37건, 손해보험사와 48건의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문제는 고객이 보험상품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품인데도 사업비나 해약 환급금 등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텔레마케팅을 통한 불완전 판매 비율(상품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않고 판매한 비율)은 생명보험사 3.09%, 손해보험사 0.98%로 평균보다 약 2배 높았다. 김호종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 팀장은 “카드사에 전화마케팅을 통한 보험 판매의 모범 규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상품에 잘못 가입했을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주의는 물론 정책 보완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전화로 짧은 시간에 가입을 유도할 경우 보험상품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높다”며 “금융사 간의 제휴로 판매되는 보험상품의 경우 불완전 판매의 책임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미 기자

카드슈랑스  카드(card)와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보통 은행이 보험사와 연계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한 종류로 분류하기도 한다. 모든 상품이 텔레마케팅(TM)으로만 판매된다. 불완전판매의 위험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카드슈랑스 판매액은 1조376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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