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국민 정신건강 관리 대책 시의적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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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국가가 국민 정신건강 관리에 나서기로 한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환영한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를 달리고,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정부 차원의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로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 및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질환 역학조사 결과 14.4%의 성인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12.6%보다 늘어난 것이다. 자살사망률도 인구 10만 명당 31.2명에 달하고, 자살 시도를 한 사람들 중 정신질환 경험자가 75.3%에 달한다. 그러나 정신질환 경험자 중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15.3%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이 발병해도 치료하러 갈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1.61년이나 된다.

 이렇게 정신질환이 방치된 것은 병에 대한 사회적 차별 관행 때문이다. 가벼운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전력만 있어도 취업·보험 가입 등 각종 사회활동에서 받는 불이익이 70여 가지나 된다. 이에 이번 대책에서 가벼운 우울증 등은 정신질환으로 분류하지 않는 등 정신질환 범위를 축소했다. 특정 질병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오랜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선 우편을 통한 검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신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데 대한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국민 개개인의 정신건강 상태가 기록으로 남을 경우 이 자료가 잠재적으로 취업·승진·진학 등 사회생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대국민 교육을 통해 정신질환은 누구나 흔히 걸릴 수 있으며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각인시켜 선입견을 제거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