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치고 투표하고, 구호품으로 돼지 받고 … 고단했던 전쟁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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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6·25전쟁 중이던 1952년 8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한 주민이 병풍을 가려 만든 임시 기표소에서 쭈그린 채 투표하고 있다. [사진 국가기록원]

6·25전쟁 당시 영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5만6700여 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육·해·공군을 포함한 이 병력을 파병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간 돈이 1952년 3월 현재 약 2200만 파운드(약 400억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951년 장소를 알 수 없는 지역에 만들어진 피란민촌엔 어린아이가 눈에 많이 띈다. [사진 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은 24일 6·25전쟁 당시 영국이 미국 측에 보낸 기밀서류를 공개했다. 현재 기밀 해제된 이 서류는 영국 국립문서보존서에서 수집한 것이다. 영국의 파병 규모는 미군(약 13만7000여 명)에 이어 둘째였다. 양영조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6·25 참전국의 참전비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952년 전시 구호품으로 도착한 돼지들을 유엔군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 국가기록원]

 당시 북한의 우방이던 몽골이 북한에 말 7378마리를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공개된 북한과 몽골 간의 ‘군마 인도 인수증서’에는 “제공되는 군마는 훈련된 것으로 검역 이후 전염병이 없다는 진단서를 첨부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국가기록원은 또 미국·영국을 비롯한 16개 참전군인들의 모습과 피란민의 행렬, 전시 중 투표 장면 등 전쟁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 자료도 공개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관련 기록물을 적극 수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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