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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폭우와 올해의 가뭄이 심상치않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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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벼랑 끝의 20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문제다. 지구촌 곳곳에서 20대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의 키워드가 ‘부와 가난’이었다면 21세기의 키워드는 ‘영(young) & 올드(old)’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먹고 먹히는 세대의 갈등과 충돌의 양상을 보여주는 신간을 집중 리뷰했다. 주로 미국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한국 사회도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가 아니다.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폴 엡스타인·댄 퍼버 지음
황성원 옮김, 푸른숲
464쪽, 1만6000원

2003년 아프리카 케냐 서부 카라티나에 일곱 살 소녀 엘레나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엘레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탈수증상까지 보였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이다. 카라티나는 적도 부근이지만 해발 1600m에 위치해 ‘말라리아 해방지’로 불리던 곳이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고산지대에서도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 더욱이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고산지대 주민들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기온 22도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 몸 속에서 성숙하는 데는 19일, 18도에서는 56일이 걸린다. 모기는 2~3주 밖에 살지 못하므로 18도를 밑돌면 원충이 성숙할 수 없다. 온난화가 자연의 방어막을 무너뜨린 셈이다.

 이 책은 세계 공중보건학계의 리더이자 미국 하버드 의대 건강·지구환경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인류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마구 소비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외에도 50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1만5000 여명이 목숨을 잃는 뎅기열도 마찬가지다. 고열과 근육통을 가져오는 뎅기열도 이집트숲모기가 바이러스가 옮긴 탓에 확산된다.

 기후변화로 폭우가 잦아지고 가뭄이 들면 전에 나타나지 않던 질병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심한 통증과 단기 기억장애 등을 동반하는 라임병이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검은다리진드기가, 진드기는 다시 생쥐가 옮긴다. 진드기의 분포는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받는 데, 기후변화에 따라 2008년 미국에서는 2만8000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됐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돼지풀 꽃가루의 알레르기도 극성을 부린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돼지풀은 꽃가루를 더 많이 만들고, 꽃가루 속의 알레르기 단백질 농도도 높아진다.

 저자는 책에서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모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뒤에 숨은 사회적·경제적 원인을 파헤치는 데 절반 가까운 지면을 할애했다.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이미 도달했다는)에서부터 토빈세(금융거래에 매기는 세금)까지 기후·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망라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체험한 만큼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는 증거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책 전체의 주제가 흐트러졌다는 인상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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