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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모가 누리는 복지, 아들에겐 재앙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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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대 충돌
로런스 J 코틀리코프·스콧 번스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368쪽, 1만5000원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 적자,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세대 충돌’ 현상과 원인을 집중 해부했다. 현 세대가 누리는 복지가 후대의 빚이 되고 재앙이 된다는 걸 실감나게 짚었다.

 교도소 얘기에서는 저자의 집중과 몰입이 느껴진다. 미국의 교도소조차 저자에게는 세대 충돌의 현장이다. 미국의 수감자는 2008년 기준으로 230만 명. 인구가 4~5배 많은 중국의 수감자는 150만 명이라니 미국에는 죄수가 많긴 많다. 가석방·집행유예 상태의 미국인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700만 명으로 늘어난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의 인구를 합친 규모다.

 이들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중에 젊은이가 많고, 수감자 자녀가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77만 명의 교정인력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젊은이들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가두는 미국의 정책. 저자는 이것 역시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세대 간 전쟁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책의 큰 줄기는 복지 이야기다. 저자는 빚으로 제공하는 복지야말로 미래세대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현행 정책만 계속 시행한다고 해도 미국은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진단한다. 복지 재원을 미래의 재정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기저엔 길어진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있다. 복지 혜택을 누리는 연령층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말이다. 재정적 측면에서 인간의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인 셈이다. 저자는 위기의 미국을 구하려면 금융시스템과 건강보험, 세금제도, 사회보장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 기성세대를 건드리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책 속에 대안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공약을 준비하는 한국의 정치인이나 정책개발자라면 새겨볼 만한 내용이 많다. 선심성 공약에 대한 반격의 지침서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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