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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숨가쁜 "팔자"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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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심상치않다. 외국인들은 벌써 연 16일째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갈수록 매물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24일에도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만 23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바람에 종합주가지수는 956선까지 힘없이 밀렸다. 지난 3일 이후 외국인들이 내다판 주식 순매도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일단 챙기고 보자는 외국인이 적지않아 당분간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외국인의 매도세로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보이자 경기 회복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 심상찮은 외국인 매도=지난 3일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매도세는 지난해 11월22일부터 17일간 지속된 매도세 이후 가장 긴 것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LG전자.현대차.포스코.삼성전자.삼성SDI.한국전력.LG필립스LCD 등 시가총액 상위권 주식을 업종에 관계없이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대해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는 "외국인들의 매도세 지속 여부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달려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다면 4월말까지 외국인의 매도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는 차익 실현과 함께 단기 급등한 종목에서 저가 종목으로 바꿔타는 포트폴리오 교체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성급한 비관론은 피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국내 자본이 꾸준히 증시로 유입돼 외국인들의 매도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 경기 회복이 관건=이처럼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꺾일줄 모르자 시장의 관심은 경기 회복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1분기 기업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않은 가운데 분위기를 반전시킬 빅 카드는 역시 '내수 경기 회복'밖에 없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엔 일단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내수 경기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수출 증가세 역시 크게 꺾일 것 같지 않아 경기가 비스듬한 V자 형태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위원도 "올들어 내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1분기엔 4% 초반대의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 경기 회복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물론 만만치 않다.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중 실물 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그 이유로 ▶지난 1월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던 서비스생산이 2월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소비를 뒷받침해 줄 가계 소득 증가도 눈에 띄지 않는 점 등을 꼽았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임노중 연구위원은 "최근의 주가 상승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움직임이라기 보다는 한국 증시에 대한 국제자금의 재평가에 따른 영향이 컸다"며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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