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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모은 갤러리 사바나 'No Cut'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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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사진을 넣은 북한 인공기, 군 출신 전직 대통령들에게 들이댄 식칼, 교복차림 여고생의 적나라한 하반신. 정치적.성적 검열 때문에 지난 10여년간 압수되거나 발표되지 못했던 '과격한' 작품들이 대거 발표된다.

28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개막하는 'No cut(무삭제)전' 이다 (3월 27일까지). 검열에 대항하며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참여 작가는 ▶정치적 검열 : 신학철, 안성금, 박불똥, 송필용, 김을씨▶성적 검열 : 안창홍, 이왈종, 우창훈, 최경태, 조광현, 이흥덕, 정복수, 성동훈씨 등 모두 13명.

신학철의 목판화 '6월 항쟁도' 는 전두환.노태우씨 등 신군부 세력의 주역들이 군복차림으로 H그룹 회장과 나란히 사격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1980년대 초반에 압수돼 소각된 작품이지만 숨겨둔 목판을 이용해 89년에 다시 제작해 이번에 재발표한다.

박불똥씨는 전직 대통령들을 겨냥한 '칼을 받아랏' 을 90년 제작해 감춰두고 있다가 이번에 발표한다.

송필용씨는 80년 광주를 고발한 '화려한 휴가-학살' 을 다시 내놨다. 최경태씨는 성기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신작 '여고생' 을 발표했다. 어두운 얼굴 표정, 교복과 나체의 대비를 통해 원조교제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안창홍의 '기념비를 위한 에스키스' 는 남녀의 성기 결합을 신비화하고 있으며 정복수의 '몸의 공부' 는 서로의 성기에 얼굴을 들이민 남녀를 보여준다. 우창훈의 '전희' 는 성 보조기구를 든 남녀의 나체가 등장한다.

이왈종의 신작 '색즉시공 공즉시색' 은 성결합을 춘화풍으로 묘사했지만 거친 목판화 같은 분위기라 선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 성동훈의 '꽃팬티' 는 철제 팬티로 철근 뱀이 뚫고 들어가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사비나측은 "금기에 구애받지 않는 창작행위의 결과는 어떤 것이며 이를 통해 예술이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전시" 라며 "작가들이 검열을 의식하지 않고 창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고 말했다.

온라인 (http://www.inauction.co.kr) 에서도 볼 수 있다. 미성년자 입장 불가, 입장료 1천원.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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