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주식' 전환으로 은행빚 줄이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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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들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은행빚을 갚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25일 "기업들이 주식을 발행해 은행빚을 갚고 회사채 상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정비하는 방안을 강구 중" 이라며 "4대 개혁이 마무리될 3월 이후부터 기업의 상시퇴출 시스템과 함께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Debt-Equity Swap)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 2일 4대 부문 12대 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밝힐 향후 경제운용 방향에 이를 포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채권연구원(원장 오규택 중앙대 교수)에 '부채-주식 전환'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하기 어려운 만큼 주식관련 사채(社債:CB, BW)의 발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되고 있다" 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CB나 BW를 발행할 때 ▶유상증자 때와 마찬가지로 할인발행을 허용하거나▶최근 주가를 감안해 가장 높게 정한 전환가격을 가급적 낮추고▶주식 전환을 보다 쉽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선주 제도를 고쳐 ▶기업이 망한 뒤 청산할 때 우선적으로 변제받도록 하거나▶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 발행▶보통주처럼 의결권을 갖는 우선주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한국채권연구원 이창용 교수(서울대)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외자를 끌어와 은행빚을 갚기는 했지만 은행들은 결국 그 돈을 다른 기업에 빌려줘 기업의 전체 부채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면서 "CB나 BW의 발행을 활성화하고 기관투자가들이 이들 주식관련 사채를 사들이는 신상품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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