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당, 좋은 정부 위한 문제의식 없고 사회·경제적 문제 다룰 능력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최장집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69) 고려대 명예교수는 19일 민주통합당에 대해 “일정한 정치적 자원을 가진 파당들의 느슨한 집합체에 불과한 정당”이라며 “좋은 정부를 준비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의원 모임인 국회민생포럼의 국회 초청 간담회에서다.

 최 교수는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당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다는 점인데, 특히 민주당이 그렇다”며 “이념적이고 급진적인 정책대안과 이를 실현할 능력 사이의 엄청난 괴리로 진지함과 신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립구도를 형성해 공격적인 언사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는 데만 시간과 노력을 다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이 당내 경선에서 도입한 모바일 투표에 대해 “나쁜 의미에서의 혁명적 변화”라며 “모바일 기기와 친숙한 그룹이 일반시민 전반을 대표하지도 못하고 사회·경제적 저변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은 참여의 주체가 아니라 쇼를 구경하는 관중이 되고, 정당민주주의는 ‘청중민주주의’로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며 “유럽에선 국민이 판단하고 평가할 시간이 충분한데 우리는 이런 짧은 시간 동안 투표자들이 어떤 근거로 (후보자를 판단해) 선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야권의 대선 후보가 11월께에야 확정될 것이란 관측을 언급하면서 “일정이 이렇게 늦어지면 모든 게 숨 돌릴 새도 없이 졸속적으로 전개된다”며 “그에 따른 모든 피해는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제목을 빗대자면 그야말로 ‘한국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류정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