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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푸틴, 3년 만의 껄끄러운 만남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주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솔직하고 사려 깊은 회담이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푸틴이 총리 시절인 2009년 이후 3년 만이고, 푸틴이 5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처음이다. 특히 푸틴이 5월 중순 미국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한 대신 중국을 방문하고, 오바마가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앙갚음(?)’을 한 뒤였다. 그런 만큼 주변국들의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재확인했다.

 회담 결과는 풍성했다. 두 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두 정상은 23가지 이슈를 다뤘고, 공동선언문은 A4용지로 4장에 달했다. 이란·북한 핵·경제협력 등에서 합의를 이뤘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오바마에게 러시아를 방문해달라고 초대했고, 오바마는 푸틴의 방미를 초청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때만큼 막역한 관계는 아니었다. 회담 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개인 스타일의 차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자회견 때 정상 간에 흔히 오가는 시선 맞추기도 없었다. 오바마가 회견하는 동안 푸틴은 고개를 숙이거나 통역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무엇보다 시리아 문제에 관한 입장 차가 걸림돌이었다. 회담에 배석한 마이크 맥폴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두 시간 중 3분의 1 이상을 시리아 문제에 할애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시리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는 그동안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미국과 다른 견해를 밝혀왔다.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에 무기를 판매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몇몇 분야에서 의견이 서로 달랐다”며 “두 나라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벤 로즈 부보좌관은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시리아와 관련한 두 정상의 의견 차이에 대해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에 무기를 판매하는 걸 그만두기를 희망한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공격용 헬기 수출이 무산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9일 전했다. 영국의 해상운송 보험사인 스탠더드클럽이 영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화물선 알래드호에 대한 보험 효력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이 없는 선박은 어떤 항구로도 합법적으로 입항할 수 없어 알래드호는 출발지로 회항해야 한다.

 G2의 위치를 중국에 빼앗긴 뒤 러시아의 재건을 주창하는 푸틴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외교의 힘이 절실한 오바마가 빚는 미·러의 이중창은 아직 미완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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