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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차'로 바꿔타는 강남 주부들, 이유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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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주부 정모(41·청담동)씨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아이들을 차로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주고 태워오는 일이다. 일주일에 3일은 오전 8시에 나가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다 해질 무렵에야 차에 태우고 돌아온다. 정씨는 올 초 큰 맘 먹고 1억7000여만원짜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구입했다. 그는 “아이들의 정규 수업과 방과후 활동, 학원 수업에 필요한 짐들을 모두 싣고 다니려면 넉넉한 적재공간이 필요하다”며 “학원에 간 아이를 기다리며 차에서 쉬는 시간이 많고, 또 이동 중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 좋을 것 같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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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프리미엄 SUV가 자녀 교육에 관심이 큰 ‘헬리콥터 맘’들과 개성을 추구하는 주부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 강남전시장의 원종필 지점장은 “지난해부터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 중 30~40대 기혼 여성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구입 고객의 30% 정도가 주부”라고 전했다. 그는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 아이들을 뒷좌석에 직접 태워보기도 하고 첨단 편의사양을 중점으로 문의한 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2010년 944대가 팔렸던 랜드로버 브랜드 모델들은 지난해 1383대로 판매량이 45.5%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120대 정도 판매된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가 만드는 SUV 카이엔 역시 2010년 254대에서 지난해 723대로 185% 판매가 늘었다. 지난 4월에는 포르셰 브랜드가 판 128대 가운데 92대가 카이엔이었다. 포르셰 대치센터의 김종헌 차장은 “고가 수입차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카이엔은 아직까지도 그리 많이 볼 수 없기 때문에 강남 지역 여성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대중성보다는 희소성을 중시하는 부유층에서 프리미엄 SUV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 쏘나타’ 이탈 현상이다. ‘강남 쏘나타’란 서울 강남 3구에서 수입 중형 세단이 다른 지역에서 쏘나타만큼 눈에 자주 띈다고 해서 붙여진 어구다. 운전석이 세단보다 높아 주변을 잘 볼 수 있고, 차체가 튼튼해 충돌 사고 때 덜 다친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프리미엄 SUV를 선호하는 주부 고객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편의장치들이 확대되고 있다. 레인지로버에는 세계 최초로 운전자와 보조석 승객이 서로 다른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듀얼 뷰 스크린’ 기술이 적용됐다. 주차가 서툰 여성들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통해 속도만 조절하면 되는 자동주차기능도 넣었다.

 프리미엄 SUV 시장이 커지자 업체들은 신형 모델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신형 M클래스를 최근 선보였다. 이전 모델보다 엔진 출력이 26.5% 높아졌으면서도 배기가스는 오히려 25% 덜 뿜는다. BMW코리아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X6M(1억5790만원)을 곧 시판한다. X6의 최상위 모델로 최고출력이 555마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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