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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 무르시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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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8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대선 승리를 자축하며 군 장성 출신으로 상대 후보였던 샤피크의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카이로 로이터=뉴시스]

“선거는 끝났고, 다시 새로운 혼란이 시작됐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중심부의 알사다트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대학 강사(영문학) 카릴 엘나바위(28)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제 군부와 무슬림형제단의 싸움만 남았다”고도 했다.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는 17일(현지시간) 오후 10시(현지시간)에 종료됐다. 이틀에 걸쳐 투표가 실시되고 막판엔 마감을 두 시간 연장하기까지 했지만 투표율은 40%대에 그쳤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참여율이 대선 1차 투표 때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1차 투표 참여율은 46%였다.

 개표 시작 5시간 뒤인 18일 새벽 ‘무슬림형제단’의 후보 무함마드 무르시(61)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억압받지 않는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은 99%의 개표소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결과 51.8%대 48.2%로 무르시 후보가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 방송도 “4∼5%포인트 차이로 무르시 후보가 당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침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무르시 지지자 200명가량이 몰려나와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기뻐했다. 축하의 의미로 경적을 잇따라 울리며 지나가는 차량도 간간이 있었다.

 하지만 결선의 상대 후보였던 군 장성 출신의 아흐메드 샤피크(71) 측은 즉각 “개표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무르시의 승리 선언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1일 공식 결과를 발표한다.

 대선 결과보다 이집트인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군부의 동향이다.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뒤 임시로 정권을 잡아온 군최고위원회(SCAF)는 투표 종료 직후 ‘헌정 선언문’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된 이 선언문은 제헌 위원회가 꾸려져 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헌법의 역할을 한다.

 이 안에는 의회가 해산됐을 때에는 SCAF가 입법권과 예산 편성권을 가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집트 의회는 14일 내려진 최고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대통령은 외국과의 전쟁이나 국내의 소요사태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하려면 SCAF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군에 대한 주요 인사권도 SCAF가 갖는다. 헌법 제정을 할 100명의 제헌 위원도 SCAF가 지명한다. 이는 대통령이 취임해도 군부가 주요 권력을 계속 보유하며 새 헌법에도 군부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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