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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많아 땀 줄줄 흘리는 아이 음식처방

중앙일보

입력

여름만 되면 시들시들 기운이 없는 아이가 있다. 유독 땀을 많이 흘리거나 더위를 타고, 잠까지 잘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아이가 열이 많은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신체 내부의 균형이 깨어져 비정상적으로 쌓인 열은 아이의 성장까지 방해하니 부모라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아이의 열을 다스려줄 음식처방을 알아봤다.

성장기 아이는 대개 열이 있지만 신체 내부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열은 몸에 나쁘게 작용한다. 비정상적으로 몸 안에 쌓인 열을 해소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강동 함소아한의원 이현희 원장은 “초1 남자어린이가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수족다한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진찰해 보니 혀가 붉고 한숨을 자주 쉬었다. 심장에 열이 많이 쌓여 있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심장과 비위에 열이 많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고, 폐에 열이 쌓이면 코가 막히는 증세,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증세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약선요리전문가인 왕혜문 한의사는 “열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가 찬 것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외부 열 때문에 피부는 뜨겁고, 찬 음식으로 속이 냉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왕 한의사는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인 이즈음, 엄마가 아이 건강을 잘 관리하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아들도 열이 많은 편인데, 며칠 전부터 활동량이 늘어서인지 부쩍 기운이 없어지고 잘 때도 뒤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럴 때 왕 한의사는 아이에게 열을 내려주는 자음성 음식을 먹인다. 황기는 원기를 올려주면서도 열은 올리지 않고 땀을 조절해 체질에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찬 주스를 찾는 아이에게 황기차를 달여 먹이면 효과적이다. 황기의 쓴 맛을 없애려면 유자차와 함께 복용한다. 연하게 달여 낸 황기물에 유자청을 넣고 믹서기에 돌린 다음 냉장고에 넣어 살짝 얼린 후 슬러시처럼 먹으면 여름 감기 예방에도 좋다. 맥문동과 오미자, 인삼으로 만드는 ‘생맥산차’는 ‘맥을 살리는 차’란 뜻을 가지고 있다.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날 때 먹이면 갈증해소는 물론 기운이 보충된다. 완전 보양음식으로 꼽히는 구기자와 오미자를 차로 만들어 얼린 뒤 빙수로 만들면 아이의 입맛에 맞는 여름 간식이 된다.

 연꽃씨앗인 연자육을 넣은 밥도 권한다. 장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데 문제가 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에 효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도 해준다. 연자육에 위장의 기운을 돋워주는 찹쌀과, 열독을 풀어주는 녹두, 몸을 정화시켜주는 팥을 조금씩 섞어 밥을 지어 먹인다.

 또한 밀가루나 인스턴트 음식, 기름진 음식은 속열을 부추기니 피한다. 찬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시금치, 씀바귀, 치커리, 녹차, 깻잎, 미나리, 상추 등 쓴 야채 종류는 속열을 내려준다. 조리할 때는 가급적 기름에 볶지 말고 가볍게 데쳐서 나물 반찬으로 섭취하는 게 낫다.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구이보다는 수육으로 먹고 항상 야채를 곁들인다.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소고기와 생선, 여기에 야채가 더해진 식단을 차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왕 한의사는 “찜닭 요리에 감자대신 마를 넣으면 맛도 풍부해지고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생활습관 또한 중요하다. 달고 찬 아이스크림을 멀리하고 수박, 메론, 참외, 토마토와 같이 시원하고 물기가 많은 과일을 조금씩 자주 먹어주도록 한다. 열을 풀어주는 적당한 운동을 해주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취학 전 아이들은 최소 10시간, 초등학생은 8시간이상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는다.

● 열 많은 아이 체크 리스트

1. 머리부위나 목 뒤쪽, 손바닥, 발바닥에 집중적으로 땀이 난다.
2. 입 냄새가 많이 나거나 구내염이 자주 발생한다.
3. 잠을 잘못 이루거나, 잘 때 뒤척임이 심하고 찬 곳을 찾아 굴러다닌다.
4. 배변이 힘들 정도로 대변이 딱딱하다.
5. 찬물을 자주 찾고 특히 자기 전이나 자다가 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
6.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며 발진이 잘 생긴다.
7. 코딱지가 잘 생기고, 코피가 자주 난다.
8. 안구가 심하게 충혈되거나 얼굴이 쉽게 붉어진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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