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들 “알뜰주유소 확대 땐 동맹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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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국의 자영 주유소들이 ‘동맹휴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영주차장에 알뜰주유소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17일 “정부가 공영주차장 알뜰주유소 설치 계획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동맹휴업 같은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제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갈 것인지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주유소 시장은 유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골목 상권은 지키겠다고 하면서 유독 주유소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된 주유소들이 속속 문을 닫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자꾸 신설해 경영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1만3003개이던 전국 주유소는 올 4월 현재 1만2907개로 100개 가까이 줄었다. 서울 홍대 앞의 주유소와 반포동 삼풍주유소처럼 이름난 곳조차 문을 닫았다. 또 한국주유소협회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달 들어 ‘주유소 팝니다’는 글이 10여 개가 올라와 있다.

 익명을 원한 서울 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정유사를 압박해 기름을 싸게 대도록 한 곳”이라며 “우리처럼 힘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의 힘을 뒤에 업은 알뜰주유소와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 4월 서울 광진구에 들어선 알뜰주유소(용마 주유소) 인근에서 18년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알뜰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은 한 명만 두고 부모님까지 동원해 일을 하고 있는데 상황은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문신학 석유산업과장은 “기름값 안정을 통해 국민 전체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알뜰주유소는 꼭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뜰주유소가 많이 생기면 결국 정유사들이 자기네 상표를 단 주유소를 유지하기 위해 알뜰주유소가 아닌 일반 주유소에도 싼값에 기름을 공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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