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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네트워크 공짜로 쓰면 통신망 블랙아웃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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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의 클라우드 기술 개발 자회사를 찾아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이날 면티셔츠를 입었다. [김성룡 기자]

깃 없는 면 티셔츠 차림에 목이 약간 쉰 듯한 음성으로 이석채(67) KT 회장이 자회사 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2동 동아타워빌딩.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넥스알과 SW개발사 이노츠, 클라우드 기술 개발사 클라우드웨어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은 3개사 임직원 100여 명과 ‘KT의 성장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KT 남규택 시너지경영실장은 “오전부터 동영상 검색 자회사와 게임단을 비롯해 다섯 곳을 방문하고 오시느라 목이 쉬었다”며 “젊은 개발자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의지로 옷차림도 파격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통신시장 위기부터 강조했다. 그는 “통신요금이 정치 이슈처럼 됐다. 이제 정보기술(IT)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시간에 걸쳐 ‘클라우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폭증 시대에 기업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가 처음 생겼을 때 큰 회사들이 직접 발전소를 만들어 썼지만 효율의 문제상 결국 외부에서 끌어 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KT는 클라우드에 미래를 걸었다”며 “KT의 미래가 여러분의 창의성에 달려 있다, 성공의 주역이 돼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넥스알·이노츠·클라우드웨어 세 곳을 합병할 계획도 밝혔다.

 직원들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보이스톡 대책과 관련한 물음에 전기를 예로 답변했다. “누군가가 전력 공급선에 파이프를 꽂아 전기를 마음껏 공짜로 쓸 수 있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매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보이스톡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논리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두 시간에 걸친 간담회 뒤 이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현장으로 달려나올 만큼 위기가 심각한가.

 “위기는 늘 있어 왔다. 회장이 왔다 갔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방문 요청도 많았다.”

 -무료 음성에 무료 영상까지 등장해 수입 기반이 흔들린다.

 “일본에서 여덟 번이나 네트워크 블랙아웃이 왔다. 남의 일이 아니다. 전기료도 안 올리니 안 써도 되는 걸 마구 써서 블랙아웃 공포에 시달린다. 통신망에 블랙아웃이 오면 상상할 수 없는 문제 생긴다.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통신사들은 반발하지만 국민들은 좋아한다.

 “한국에서 유별나게 부각되는 문제다. 세계가 한국 시장을 보고 있다. 무료로 마구 쓸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우리가 답해줘야 한다.”

 -LTE(3G에 비해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른 4G망 롱텀에볼루션)에서 고전하고 있는데, 대책은.

 “이동통신은 기존 고객이 전환하는 시장이다(※새로운 소비자층이 창출되는 게 아니고, 2G나 3G를 쓰는 고객들이 LTE로 전환하거나 다른 회사 LTE 고객들이 옮겨오는 시장이라는 의미). 우린 LTE 출발이 늦어 고전할 뿐이다. 하지만 100일 만에 세계 최단 시간이라는 기록으로 전국망을 깔았다. KT는 저력이 있는 조직이다. 걱정 안 한다.”

박태희 기자

클라우드(Cloud) 구름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된 용어. 구름 위처럼 웹의 가상 공간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문서·사진·동영상 등을 저장해 뒀다가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서비스.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놓고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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