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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지휘권 먼저 준 뒤 책임 물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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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황영기(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지휘권을 준 뒤 책임을 물어라"며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권 간섭을 비판했다.

최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때문에 예보와 갈등을 빚은 황 회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대주주는 일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며 "우리금융이 '국유민영(國有民營)'식으로 운영돼야지,'국유국영(國有國營)'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은 예보가 뽑은 사외이사들이 투표로 결정했기에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회장은 특히 기업에 투자해 비싼 값에 되파는 사모펀드(PEF)처럼 예보도 우리금융을 키워 비싸게 파는 기능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금융의 매각과 관련,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30%의 지분을 확보할 만한 여력을 가진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국내의 PEF 연합 등에 지분을 넘겨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은행권의 고객 쟁탈전에 대해 황 회장은 "예금.대출 이자차이에서 나오는 마진보다는 수수료처럼 비이자 부문에서 나오는 수익을 확대해야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은행은 과거의 예금기관에서 벗어나 보험.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취급하는 금융상품 종합백화점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1년간 성과는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라며 다만 합병을 검토했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독립 체제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엔 다른 은행보다 많은 부실여신을 줄이는데 주력하는 한편 방카슈랑스 마케팅 등을 강화해 영업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음달부터 성과급을 강화한 신인사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성과 차이가 있는데도 똑같은 급여를 받으면 다른 은행에 인재를 빼앗기는 '인재의 역선택'이 일어난다"며 "전문 직군제와 성과급제를 통해 프로 은행원들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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