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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일본 엔화약세 당분간 지속될 것"

중앙일보

입력

일본경기가 올해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3월 위기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엔.달러 환율은 엔화 약세요인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아 달러당 120엔대 수준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다소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올해말까지 엔화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최근 일본경제 전망' 자료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장기불황 지속= 올해 일본의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은 0.3-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은 2월중 금융.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일본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수요 둔화로 회복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해외경제 둔화로 일본경기 악화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버블붕괴의 후유증 등으로 당분간 3%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의 장기불황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고 신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확대될 경우 급격한 외부충격이 없는 한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정책(ZIRP) 복귀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지만 복귀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며 공개시장 조작 등 유동성 공급확대를 통해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위기설= 최근 일본 금융시장에서 불거지는 `3월 금융위기설'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실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3월 위기설의 실체는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금을 대량으로 회수하면서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사태를 예상한 것이다.

이는 일본경제의 버블현상 해소로 자산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기업부도가 늘어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누적돼온 데다 주식시장의 침체여파로 상당부분 유가증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금융기관 보유자산의 평가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통합 및 대손상각이 꾸준히 추진돼왔고 공적자금 투입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어 실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도 최근 많은 금융기관들이 불량채권에 대한 대손상각처리를 지속해오고 있고 2-3개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은행들이 9월 반기결산부터 시가평가제를 적용하며 3월부터 적용하는 지방은행의 경우도 주식보유규모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지속=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99년(0.3% 하락)에 이어 0.7%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71년 이래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물가하락현상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의 급격한 둔화는 물론 기술혁신에 따른 정보통신비용 절감 및 경쟁격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러한 디플레이션 현상의 지속은 민간소비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실질금리 상승을 통해 기업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경기회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화 약세= 일본 엔화는 일본경제의 회복 지연, 주식시장 부진, 정책당국의 약세 용인 및 금융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약세를 지속, 최근 117엔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금융기관들은 엔화 약세요인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아 달러당 120엔대 수준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엔화약세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큰 반발은 없으며 일본 당국에 의해서도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 기관들은 일본자산에 대한 과도한 매도심리 유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악영향 등 부작용도 상당한 만큼 과도한 엔화 약세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BN 암로는 일본수출의 환율에 대한 탄력성이 이미 낮아지고 있고 대(對)유로 환율이 대(對)미달러 환율과 반드시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아 엔화약세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며 일본자산의 매도심리를 유발,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함으로써 일본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 스탠리는 엔화약세가 일본자산에 대한 과매도를 유발해 일명 `JGB Bubble'(일본국채 거품)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외환전문가들은 일본당국이 달러당 125엔 이상으로의 상승은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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